장기집권 '의자'왕의 비밀

유럽 안락의자 생산업체 에코르네스 공장에 가다"편안함 위해 디자인 포기할 수 있다"

아베 에코르네스 R&D총괄책임자가 자신이 직접 개발한 의자에 앉아 각종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디자인은 눈을 즐겁게 하지만 기능은 몸을 편하게 한다. 의자에 앉는 사람이 편안할 수만 있다면 디자인은 포기할 수도 있다."노르웨이 최대 가구업체 에코르네스에서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아베 에코르네스(사진)는 편안함(comfort)을 최우선 가치로 꼽는다. 의자에 적용되는 모든 기능은 앉는 사람을 얼마나 편하게 해줄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목부분이나 팔걸이에 사소해 보이는 디자인도 알고 보면 안락함을 위한 장치다. 그는 "1인용 의자를 다양한 사이즈로 만드는 것도 최적의 편안함을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1930년대 가정용 소파, 매트리스를 만들며 시작한 이 회사의 이름을 전세계적으로 알린 건 1971년 처음 선보인 1인용 리클라이너(안락의자) 브랜드 '스트레스리스'다. 지난해까지 누적판매량만 600만대가 넘고 전체 생산량의 94% 이상을 해외로 수출한다. 지난해 이 회사 매출액 5737억원 가운데 80% 이상을 이 안락의자가 책임진다. 최근 들어 리클라이너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에도 전년에 비해 10% 이상 매출이 늘었다.회사가 자체적으로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리클라이너 제조업체가 난립한 노르웨이에서도 90% 이상 국민이, 전 세계적으로도 7500만명 가량이 이 브랜드를 알고 있다. 최근 들어 이 수치는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도 10여년 전부터 수입돼 지난해 110억원 어치가 팔렸을 정도며 이웃 일본 판매량은 이보다 훨씬 높다. 에코르네스는 "한 의자를 만드는 데 평균 2.7시간, 하루 최대 1700개 이상 생산할 수 있다"며 "자체 항구를 갖고 있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어디든 해상운송이 가능한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회사명에서 드러나듯이 에코르네스는 이 회사 창업자인 얀스 에코르네스의 손자뻘이다. 10대 시절부터 의자에 관심이 많아 직접 만들기까지 했다. 그가 23살 무렵 개발한 기능은 특허로 등록돼 지금의 제품에도 적용될 정도다.할아버지인 얀스가 60년대 미국을 방문해 캐딜락 자동차 좌석의 편안함을 1인용 의자에 적용하기 위해 처음 리클라이너를 만들었다면, 손자인 아베는 의자를 직접 뜯어 살피며 새로운 기능을 개발한다. 아베의 두 아들과 딸도 지금 이 회사에서 일한다. 4대에 걸쳐 '편한 의자' 만들기에 전념하는 셈이다.그는 "가구업종으로 드물게 매출의 1% 이상을 R&D에 투자한다"며 "23명의 팀원을 비롯해 최고경영자, 공장장, 지역총괄 책임자 등도 항상 자유롭게 토론하며 새로운 기능과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전 생산공정은 노르웨이의 한적한 항구도시 올레순드(Alesund) 인근에 있는 6곳의 공장에서 이뤄진다. 노르웨이는 주변국가 가운서도 인건비가 비싼 축에 속하지만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공장을 옮길 계획은 없다고 한다. 거친 공정에는 자동화설비를 이용하지만 가죽을 다루거나 최종 조립은 사람이 직접 해야 하기 때문이다.이 회사 최고경영자인 올빈 톨렌은 "이 지역 인구 7000여명 가운데 1000명 가까이가 이 공장에서 일한다"며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수영장, 요트장을 지역주민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축구·스키대회도 수시로 연다"고 말했다.올레순드(노르웨이)=최대열 기자 dy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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