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온 외규장각 도서 가운데 75권이 14일 한국 땅을 밟았다. 프랑스가 1886년 병인양요 때 이들 도서를 약탈해간지 145년 만의 일이다. 외규장각 도서가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로 들어가기 전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로랑 에리쉐 프랑스 호송 담당자,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의궤가 실린 나무 상자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145년 만에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를 환영하는 행사는 어디에서도 열리지 않았다. 지난 14일 한국 땅으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 얘기다. '대여' 형식의 반환인데다 1차로 한국 땅을 밟은 75권 외에 아직 돌려받아야할 외규장각 도서 220여권이 남아있기 때문에 정부와 관련 기관의 입장은 더욱 조심스럽다. 정부가 14일 예정했던 외규장각 도서 반환 환영 행사를 취소하면서 문화재 환수에 대한 학계 의견도 양분되는 분위기다. 외규장각 도서 1차 반환 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정병국)와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 등 관련 부처와 기관에 환영 행사 계획을 묻자 돌아온 대답은 한결 같았다. 아직 다 안돌아왔고 그나마도 완전한 반환이 아닌 외규장각 도서에 대한 행사를 지금 논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문화부 관계자와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정부가 나서서 최초로 이뤄낸 대규모 한국문화재 반환 자체를 그르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환영 행사는 반환이 모두 끝난 뒤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관계자는 모두 이번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실질적 반환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공식적으로는 '반환'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조차 조심스럽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산하기관인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1998년부터 국외 소재 한국문화재 실태 조사를 해 온 문화재청(청장 최광식)도 마찬가지 입장을 보였다. 문화재 환수는 한국문화재를 보유한 다른 나라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문제이므로 이와 관련된 전담부서를 출범하는 것도 조용히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에 국외문화재환수팀(가칭)을 출범할 예정이나 관련된 행사를 열거나 이를 크게 홍보할 계획은 없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외국에서 국내 문화재 환수 관련 움직임을 파악하려 언론 보도 하나까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환수'의 움직임이 커지면 향후 국외 소재 한국문화재 실태 조사까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관련 기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문화재 환수를 둘러싼 학계 의견은 둘로 갈리는 모양새다.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 원장은 "국회 소재 문화재 전부를 환수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된다"며 "'환수'에 집중하기 보다는 문화교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문화재법 연구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에 있는 한국문화재를 '대여' 형식으로 반환받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그런 것인지 이를 문화재 환수 사업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해외 문화재 유출 경로를 정확히 파악해 불법 약탈 문화재에 대해선 확실하게 환수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관련 부처와 학계까지 모두를 조용하고 차분하게 만든 주인공, 외규장각 도서는 18일 상태 조사를 거쳐 수장고에 '제자리'를 잡을 예정이다 .8000평 가까이 되는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밑에는 수장고 21개가 있다. 이들 가운데 한 곳에 둥지를 틀게 될 외규장각 도서는 외벽 전체가 천연 목재로 된 수장고 안에서 24시간 온습도 조절을 받으며 특별전이 시작되는 7월19월까지 지내게 된다.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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