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재혁칼럼니스트
편집. 장경진
서로 다른 시선으로 그려진 두 영화를 통해 사이바라와 카모시다의 숨겨진 1인치를 만날 수 있다.
사이바라 리에코는 국내에서도 인기가 있는 만화작가다. 대표작 <우리집>은 국내에 번역 출간됐고, <파라먼트 노바라> <매일 엄마> 등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작품도 다수다. 단조로운 스케치에 익살스러운 표정을 담아내는 그녀의 만화는 언뜻 보기엔 거칠어 보이지만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짙게 배인 삶의 정수가 묻어난다. 도박, 여행 등 직접 경험한 리포트를 바탕으로 그려져 생동감도 넘치고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작품이 많아 진솔함이 묻어난다. 알콜 중독의 친부, 가정폭력과 도박의 의부 아래서 자란 그녀는 자신의 삶을 무덤덤하지만 결코 경솔하지 않은 그림으로 그려낸다. 이번에 공개된 <매일 엄마>는 자신의 결혼 생활을 바탕으로 그린 매우 솔직한 작품이고 <술이 깨면 집에 돌아가자>는 그녀가 끝까지 버리지 못했던 남자의 일기장 같은 작품이다.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두 작품의 영화는 우연히도 서로의 마음을 훔쳐보는 일종의 편지 형태가 되었다. 같은 이야기라 해도 영화는 화자의 작풍 따라 화법도 다르다. 다소 자극적인 현실을 특유의 서정성으로 버무려내는 사이바라 리에코의 원작을 취한 <매일 엄마>는 유머가 넘치는 휴먼드라마로 완성됐고, 전쟁에서의 상처로 마음을 다친 뒤 에세이스트로 활동했던 카모시다 유타카의 책을 원작으로 삼은 <술이 깨면 집으로 돌아가자>는 인생의 질곡을 초현실적인 엔딩으로 추모한다. 같은 공간과 시간을 서로 부딪치며 그려낸 글과 그림은 한쪽에선 보이지 않았던 서로의 진심과 삶의 이면을 보여준다. 사이바라 리에코의 만화를 보며 작품 속에 등장하던 ‘위험한 아빠’, ‘카모짱’이 궁금했던 독자라면 <술이 깨면 집에 돌아가자> 속에서 그 비밀을 찾아낼 수 있을 거고, 카모시다 유타카의 사진과 책을 보며 그의 마음속이 아련했던 이라면 <매일 엄마>에서 작은 주석을 찾아낼 수 있을 거다. 매일 엄마의 잔소리가 시끄러웠던 아이에게 술이 깨 돌아온 아빠가 그저 반가운 존재인 것처럼 말이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정재혁 칼럼니스트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