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63빌딩보다 30m 긴 배 바다로 시집보내다

성동조선 100번재 육상건조 선박 '로드-아웃' 현장 가보니···<동영상: 성동조선해양의 100번째 육상건조선박 로드아웃 장면>[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달 26일 오후 9시. 경상남도 통영시 광도면 안정산업단지내에 위치한 성동조선해양 조선소 제1 골리앗 크레인(900t급)이 있는 조선소 좌측 안벽에 도착하자 주인공인 18만t급 벌커가 눈앞에 들어왔다.이 배는 진수를 위해 육상인 안벽에서 물위에 떠 있는 플로팅도크로 이동하는 ‘로드 아웃(Load-Out)’을 앞두고 있었다.‘번영하는(Prosperous)’이라는 이름을 얻게될 이 벌커는 성동조선해양이 육상에서 건조한 100번째 선박이다. 또한 육상 건조 선박중 세계에서 가장 크다. 63빌딩(높이 262m)보다 긴 길이 292m, 폭 45m, 높이 21m인 이 배는 500t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보기 트레인’이라는 장비 83기가 이 배를 지상 2m 높이 위에 서 있었다. 배 밑바닥을 만져보며 걸어봤는데, 육상건조 조선소에서만 가능한 특권이란다.

지난달 26일 경남 통영시 성동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육상 건조 선박으로는 세계최대이자 땅위에서 100번째 건조한 18만t급 벌커가 안벽에서 플로팅 도크로 이동시키는 '로드 아웃(Load-Out)'을 하고 위해 대기하고 있다.

로드아웃 장소는 1737일전, 즉 지난 2006년 5월 26일 성동조선해양이 처음으로 땅위에서 건조한 선박을 바다에 보낸 곳이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는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배를 땅위에서 건조해 의미가 크다. 정홍준 회장이 안벽에 나와 상황을 점검했고, STX에서 지난해 합류한 정광석 사장도 이곳저곳을 돌며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선주측인 홍콩 테후사 소속 감독관도 찾아왔다.문제는 날씨. 1호선 때와 마찬가지로 강풍과 폭우가 올라오고 있다는 기상 예보를 받았다. 바람과 비가 거세면 파고가 높아지고, 플로팅도크도 출렁거려 배를 옮길 수 없다. 그래서인지 로드아웃 전체 과정을 챙기는 진수장비과 이현철 대리는 이날 만큼은 신중에 신중을 더했다. 그는 입사후 94척의 선박을 로드아웃을 직접 관리한 베테랑이었다. 그리고 또 한명, 성동조선해양 육상건조방식을 맨손으로 전부 개발한 ‘명장’ 정명준 생산지원본부장(전무)도 이 대리의 뒤에 서서 지원하고 있었다.로드아웃은 초반 20분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한다. 배를 후진해 선미 부문부터 플로팅도크로 이동하는데, 선미에는 데크하우스와 엔진, 크랭크축, 프로펠러 등 주요부품이 몰려있어 전체 선박 무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선미 부문이 플로팅도크에 얹혀졌을 때 수평을 잡지 못하면 선수 부분이 수직으로 들어올려져 그대로 바닷 속으로 꽂히게 된다. 종방향으로 로드아웃을 하기 어렵다는 건 이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경남 통영시 성동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육상 건조 선박으로는 세계최대이자 땅위에서 100번째 건조한 18만t급 벌커가 안벽에서 플로팅 도크로 이동하는 '로드 아웃(Load-Out)'을 진행하고 있다.

10시 7분. 선박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던 직원들의 눈이 한 곳으로 향했다. 2만t의 선박을 미는 기계는 길이 3m, 높이와 세로가 1m여에 불과한 조그마한 박스형태였다. 성동조선해양이 독자 개발한 ‘푸시풀 시스템’이다. 선수쪽에 설치돼 좌우에 달린 4개의 다리를 왼쪽, 오른쪽 번갈아가며 레일을 붙잡아 당기며 배를 분당 1500mm의 속도로 이동시킨다. 1호선때 사용된 기계가 양쪽 다리를 동시에 움직여 레일을 붙잡고 이동해 가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는데, 이 단점을 해결함으로써 로드아웃은 8시간여에서 4시간, 소형 선박은 3시간까지 당겨졌다.선미 부분이 안벽과 플로팅도크를 이어주는 링크빔에 도착한 것이 11시 4분. 이 때부터 배가 땅을 벗어났다는 의미로 로드아웃 시간이 측정된다. 동시에 플로팅도크에는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안벽 바로 옆 디지털 계측기가 초음파를 쏘며 플로팅도크의 수평 지수를 측정해 플로팅도크 조종실에 실시간으로 보내주면, 조종실은 수치를 받아 바닷물을 플로팅도크에 집어넣거나 빼줌으로써 수평을 잡는다. 이 과정에서 물이 거칠게 플로팅 도크를 때려 소음이 발생한다. 수평 오차는 최대 20mm에 불과할만큼 정밀한데, 이 계측기도 성동조선해양이 개발했다. 고장에 대비해 바로 옆에서 직원이 눈으로 수평을 확인하는 모습도 보였다. 1호선 때는 바로 사람이 눈으로 수평을 맞췄다고 한다.

지난달 27일 경남 통영시 성동조선해양 조선소에서 회사 직원들이 육상 건조 선박으로는 세계최대이자 땅위에서 100번째 건조한 18만t급 벌커를 안벽에서 플로팅 도크로 이동시키는 '로드 아웃(Load-Out)'을 마무리한 후 100자 모양을 연출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11시 30여분경 선미 부분이 플로팅도크로 넘어와 가장 큰 고비를 넘겼고,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바람만 거세지 않으면 왠만큼 내려도 걱정 없다고 한다.안도한 정 회장과 임원진들이 감독관들과 축하 샴페인을 마시며 자축한 뒤 물러났고, 직원이 남은 과정을 진행해 27일 오전 3시경, 선박 전체가 플로팅도크로 옮겨졌다. 배는 조선소내 선박이 접안하는 안벽으로 옮겨져 1일 오후 정오경 바다에 띄워져 진수식을 마쳤다. 성동조선해양은 마무리 의장작업 등을 거친후 4월에 선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지난 1일 플로팅 도크에 실려 해상으로 나온 성동조선해양의 100번째 육상건조선박이 성공적으로 진수식을 마치고 예인선에 의해 이동하고 있다.

정 회장은 “4년 9개월여전인 1호선 로드아웃 당시 경쟁 조선사는 실패할 것이라며 비아냥댔지만 우리는 성공했다”며 “100척이 준공되는 동안 180여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9100명이 근무하는 세계 10위 조선사로 급성장했다”고 말했다.통영(경남)= 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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