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 2200만원 아파트, 7270만원에 낙찰 등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1. 김정환(31)씨는 지난 14일 법원 경매에 참가했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감정가 2200만원짜리 평택의 한 아파트(37.8㎡)가 7170만원에 낙찰됐기 때문이다. 감정가보다 326%나 높은 가격이다. 김씨의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위 입찰가는 4000만원이었다. 그가 입찰한 가격보다 무려 1000만원이나 많은 숫자였다. 낙찰자는 2999만원 가량 손해를 본 셈이었지만 김씨에게는 경매의 벽이 한없이 높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 전세를 전전하던 송민준(35)씨는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어, 경매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봤다. 그는 감정가 2억원에서 최저가 1억6000만원까지 떨어진 용인의 한 아파트를 노렸다. 그는 1억8000만원을 써냈다. 낙찰금 외 비용까지 고려한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35명이 투찰해, 감정가를 넘기고 시세를 넘어선 2억1799만원에 낙찰됐다. 경매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경기침체기 감정가격이 낮게 책정된 물건이 쏟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몰렸다. 실수요자들도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어, 저렴하게 내 집 마련에 나섰다. 정부도 각종 거래 활성화 대책들을 내놓으면서 경매시장은 인산인해다. 이에 낙찰가율 100%를 상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15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1월 수도권 아파트 및 주상복합아파트의 경매 낙찰가율은 82.08%로 지난해 10월 75.87% 대비 6.21%p 올랐다. 감정가 1억원인 아파트의 낙찰가격이 7587만원에서 8208만원으로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는 정부의 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해 8.29거래활성화대책 발표 이후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한시적으로 완화됐다. 이에 경매시장을 통해 싼값에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들이 몰렸다. 또 경기침체로 인해 감정가격이 낮게 책정된 물건이 대거 경매시장에 나온 것도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경매물건은 통상 6~10개월 전에 감정가격을 책정한다. 이에 지난해 집값이 한창 떨어져 있을때 가격이 정해진 물건들이 최근 경매시장에 나오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기록하면서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매우느니 차라리 집을 장만하겠다고 나선 수요자들도 경매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정부는 치솟는 전셋값을 잡기 위해 매입임대사업 활성화책을 내놓는 등 거래 활성화에 더욱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경매에 참가 인원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경매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감정가를 넘기는 물건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 신장동 신미타운 37.8㎡는 2200만원이 감정가였으나 7170만원(326%)에 낙찰됐다. 성남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 35.3㎡는 31명이 입찰해 감정가의 104%인 1억9699만원에 집주인을 찾았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마체스터 84.9㎡도 감정가 2억8000만원보다 276만원 높은 가격에 매각됐다. 강은 팀장은 "DTI규제로 침체됐던 경매시장이 최근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라며 "전셋값 영향과 함께 투자자들의 유입이 경매 부활의 매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과열양상을 보인다고 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며 "향후 정부가 DTI완화 연장 등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건설부동산부 황준호 기자 rephwang@ⓒ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