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외환보유액이 1월 말 현재 2959억6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3000억달러를 눈앞에 두게 됐다. 한 달 전보다 43억9000만달러가 늘어 종전 최대치인 작년 10월 말(2933억달러) 수준을 경신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어제 미 재무부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 부당 개입해 왔다는 내용의 '세계 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를 최근 의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환율이 석 달 만에 1100원대로 하락한 것이 보고서 영향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우리나라로서는 가능한 한 외환 보유액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왔다. 그 결과 세계 6위 규모의 외화를 보유하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불거진 미국의 외환시장의 부당 개입 주장에 지나친 자본 유출입을 조절하려는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이라며 무시만 해서는 안 된다. 미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원화가치가 금융위기 이전 2007년의 최고점보다 24% 저평가됐으며 실질실효 환율에 비춰 봐도 원화가치가 5~20% 낮게 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원화의 대폭적인 평가절하를 막기 위해 과도하게 개입했으며 2009년 이후에는 (반대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였다고 양 방향 개입을 지적했다. 이렇게 한국은행의 3년 전 외환시장 개입 사례까지 들춰낸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의 환율 조작 시비가 지난달 후진타오 주석의 방미 이후 잠잠해진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10월 일본 총리는 "한국과 중국이 자국 통화가치만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도하는 것은 주요 20개국(G20) 협조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G20 의장국인 한국을 직접 거론해 비판한 바 있다. "왜 한국만 겨냥하느냐"고 볼 멘 소리를 할 때는 아니다. 금융위기 당시 수출을 고려해 고환율 정책을 편 것이 외국의 비판을 자초한 감이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물가안정을 위해 환율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자금운용의 효율성 면에서 외환보유액을 얼마나 더 늘려야 할지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외환시장 개입 의혹으로 엉뚱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기업들도 앞으로 환율이 더 내려가도 버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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