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국내 건설 빅(big)5의 성적표가 모두 공개됐다. 현대건설은 시공능력평가 1위 업체답게 사상 최초로 매출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했다. 하지만 나머지 4개 업체는 경기 침체의 그늘을 피해가지 못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시평 5위 업체의 지난해 잠정 영업실적이 공시됐다. 현대건설은 매출 10조46억원, 영업이익 5843억원을 기록해 경기 침체 여파를 완연히 벗어났다. 매출은 7.8%정도 성장했지만 업계 최초 매출 10조원 달성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영업익도 지난해 대비 35.6%나 성장했다. 신규 수주 물량도 18조3555억원 가량 확보해 지난해보다 약 16.9% 가량 더 수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현대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4개사의 성적은 초라하다. 삼성물산은 경기침체로 인한 주택부문의 부진을, 삼성전자 등 그룹사 공사 물량과 해외건설 부문의 비약한 확대로 간신히 적자는 막았다는 분위기다. 삼성물산은 매출액 6조6382억원을 기록, 지난해 대비 약 10.6% 가량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약 8.3% 가량 늘어난 3037억원을 달성했으며 신규수주액은 10조384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 성장세를 보였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초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업계 최고의 해외수주고를 올린 바 있는 정연주 사장의 영입으로 화제에 올랐다. 이에 주택 부문과 함께 해외건설부문의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자리잡았다. 하지만 주택 부문의 부진과 더불어 신규 수주도 지난해 대비 3% 정도 높은 수준의 수주고를 쌓는데 그쳤다. 다만 정 사장은 2015년까지 신규수주 500억달러, 매출 300억달러를 목표로 알제리·베트남·인도·미국·호주 등 신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겠다고 밝혀, 내년 실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GS건설은 매출 7조8930억원, 영업익 5210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6.9% 가량 소폭 늘었으나 영업익은 오히려 8.2% 가량 감소한 수치다. GS건설은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보수적으로 잡은 목표치(5950억원)도 달성할 수 없었다. 다만 다양한 경기 침체 타개책을 통해 영업이익의 추가 감소를 막았다. GS건설은 플랜트, 환경 부문에서 수익률을 확보하고 지방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맞춰 부산 등지에서 분양해 성공했다. 대우건설은 경기침체와 함께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결별로 인한 타격이 회사 전체 수익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에 5대 건설사 중 가장 좋지 않은 실적을 거뒀다. 대우건설의 매출액은 6조7343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3600억원이 줄었으며 362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754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대우건설은 지난 2009년 6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인수합병(M&A) 작업이 19개월간 표류됐다. 다행히 산업은행이 지난 1월 대우건설 지분 29.1%를 인수하고 1조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총 주식의 50.8%를 확보함으로써 작업이 완료된 상태다. 대우건설은 이같은 내부 사정과 더불어, 경기 침체 여파까지 겹쳤다는 점에서 지난해 실적보다는 올해 사업에 더욱 몰입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대우건설은 '주인 없는 회사'라는 악평 등으로 각종 수주전에서 불리한 평가를 받으며 수주 곳간이 차츰 비어갔다. 금호와의 결별 전, 대우빌딩의 매각 등으로 자산마저 줄어 실적 감소치를 감추기도 힘든 상황까지 치닫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이니까, 이정도 여파로 끝났다"라며 "그간 갖춰놓은 해외 건설 인프라와 주택 분양 재개 등을 통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격 경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림산업도 순이익에서 2.7%의 성장세를 보였을 뿐 매출, 영업익 등에서 좋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 대림산업의 매출은 6조1982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영업익도 3295억원을 달성해 23.5%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순이익에서 2.7%(3525억원)의 성장세를 보였으며 신규 수주를 7조7409억원 가량 따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특히 신규 수주고는 지난해 대비 20.2% 가량 올라갔다.대림산업은 수주 실적의 개선과 함께 김종인 전 사장의 부회장 진급, 계열사 및 각 사업부문장 책임경영체제 등을 통해 올해 실적은 더욱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수주 등 경기침체에 대응한 주택사업과 해외 신규 시장 확보 등 자발적인 투자를 통해 업황을 타개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해상풍력·물환경 등 올해 신사업 진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며 "중동 플랜트 건설 위주의 해외사업도 동남아와 중앙아시아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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