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빈국 라이베리아가 우리 배 사가는 까닭은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1인당 GDP 230달러, 오랜 내전과 독재로 피폐….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인구 330만 명의 작은 나라 라이베리아의 사정이다. 하지만 이 작은 나라는 아프리카의 어떤 국가들보다 대한민국의 물건을 많이 수입해가는 곳이기도 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라이베리아가 아프리카 최대의 조세회피국이기 때문이다.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 국가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수입해간 물품의 총액은 54억 달러 규모로 아프리카 국가들 중 1위, 전체로는 20위를 차지했다. 이는 네덜란드(21위), 캐나다(27위), 이탈리아(30위) 등 웬만한 서방 선진국들보다 큰 규모다.
전체 인구의 85%가 실업자인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에 하나 라이베리아에서 우리 물품을 이렇게 많이 수입하는 까닭은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조세회피지역 중에 한 곳이기 때문이다. 조세회피지역이란 법인세나 개인소득세에 대한 원천과세가 전혀 없거나 과세 시에도 아주 저율의 세금이 적용되는 등 세제상의 특혜를 제공하는 국가나 지역을 말한다. 한마디로 물건을 사거나 소득을 얻을 때 나라에서 세금을 걷어가지 않는 곳을 뜻한다. 라이베리아는 케이맨군도 바하마제도, 버뮤다제도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조세회피지역으로 불린다.라이베리아는 그 중에서도 배 운항 및 수입에 대해 관세를 받지 않고 있어 선박 회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수출액의 대다수가 선박 수출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이나 미국의 선박회사 및 재벌들이 우리 배를 수입할 때 내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라이베리아에 주소를 두고 물건을 수입하는 것이다.라이베리아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1년 9억8000만 달러 정도였던 수출액은 지난해 54억 달러로 10년 사이에 5배 이상 증가했다. 조세회피지역으로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수입규모는 지난해 41만 달러에 불과해 무역수지 불균형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수입물품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고 있어 아무리 무역을 많이 해도 나라의 경제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국민소득이 세계 최하위에 머물고 있으며 지난 2003년 13년에 걸친 끔찍한 내전이 끝났음에도 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어 국제 사회의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이창환 기자 goldfish@<ⓒ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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