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북한의 무력 도발을 비난하고 있지만 중국만이 북한을 감싸돌고 있는 이유가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 전략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로 인해 중국이 잃을 손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번 연평도 사태를 맞아서도, 지난 천암함 침몰 사태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한 비판을 삼가고 있다. 오히려 한미 서해 연합훈련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을 뿐이다. ◆ 美에 대한 공포로 북한 껴안기 = 전문가들은 중국의 미국에 대한 잠재된 공포가 이와 같은 태도를 설명해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래서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오바마 미(美) 정부가 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생각하기에는 미국 정부는 최소한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 동등한 영향력을 갖길 원하며, 최악의 경우에는 중국을 포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북한 정권의 붕괴로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 정권 붕괴시 단기적으로는 수만명의 난민으로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동맹을 맺은 통일 한국과 국경을 접해야만 한다.브루킹스 연구소의 케네스 리버설 선임 연구원은 “중국 지도부는 매우 조심스럽기 때문에 북한에게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않을 것이다”면서 “대신 한국, 일본, 유럽, 호주 등 주요 무역 상대국과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적 손실 불가피 = 중국은 북한과의 군사적 동맹을 유지한 대신 지난 30년간 중국 경제를 90배 이상 키워준 경제 파트너들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올해 7월까지 중국과 미국·일본·한국과의 교역 규모는 4847억달러로, 북한(16억5000만달러)에 비해 300배 이상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천암함 사태로, 일본에서는 센카쿠 열도 영토 분쟁으로, 미국에서는 위안화 절상 문제로 대중 감정이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의 이번 처신이 가져올 후폭풍을 예상해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때문에 고위층에서는 대북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펑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중국에게 북한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라면서 “북한의 행위는 종잡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 역시 북한에 대한 맹목적인 편들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권으로 도약하는 동안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의 중국 비중도 급증했다. 2조60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 외환 보유고는 뒤를 잇는 일본의 두 배 이상이다. 미국국채 보유량도 9월 현재 8835억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과 홍콩에서 거래되는 주식 가치는 전 세계 증시의 13%로 영국 증시의 두배에 달한다. 중국은 이제 전 세계 경제를 고려해야만 하는 위치에 서 있는 것.23일 북한의 도발 이후 세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비록 중국 증시가 24일 나홀로 상승했지만, 일본·미국·유럽 증시는 북한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MSCI 월드지수는 23일 2% 빠졌고, 원화와 엔화는 연평도 사태 이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리버설 선임 연구원은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거부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새에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조해수 기자 chs90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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