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삼성' 속도조절..경영능력 공인 급선무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삼성이 전략기획실 부활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재용의 삼성'이라는 용어 지우기에 나서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계에서는 아직 건재하기만한 이건희 회장의 존재감 희석에 대한 삼성측의 우려로 해석하면서도 아직까지 재계가 후계자 양성 과정을 체계적으로 구축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점에 '조건반사'식 반응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최근 이 회장이 젊은 조직, 젊은 리더론을 미래 삼성의 '화두'로 제시했고 승진을 기정사실화한 올해 42세인 이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역할확대가 확실시되고 있지만, 삼성은 아직 이를 공식화할 만한 자신감이 없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금까지 이재용 부사장이 사업부 또는 계열사의 실적을 책임질 만한 직책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점, 또 과거 e삼성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론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실제 이 부사장은 최근 "아직 그룹의 중심에는 회장님이 계시며 '이재용의 삼성'은 너무 앞서나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이 부사장이 체계적인 후계자 양성과정을 밟지 못한 원인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GE의 웰치는 40대 초반에 화학·금속 사업본부장으로 등용돼 조기 후계자 육성 과정을 밟았고 이후 제프리 이멘트의 뒤를 이어 GE를 미국 최고의 자동차 제조업체 자리에 올려놨다.또 글로벌 기업의 경우 후계자 자질 검증을 위해 현 CEO가 휴가, 또는 해외출장을 떠나면 후계자들에 업무를 위해 자신의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지만 우리나라는 이같은 기회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에릭스과 사브 등을 보유한 스웨덴 최대 재벌인 발렌베리 가문은 계열사들이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그리고 스웨덴 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며 지금까지 5대에 걸쳐 150여년동안 경영권 후계구도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 가문에서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는 부모 도움없이 대학을 마치고 해외 유학과 해군장교 복무를 마쳐야 하고 경영능력 검증을 통해 사촌들과의 치열한 경쟁과정을 거쳐 경영자로 결정된다.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특수상황을 감안할 때 외국사례가 절대 모범이 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후계구도를 언급하는 것이 마치 총수에 대한 도전처럼 비쳐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이 관계자는 "이재용 부사장의 경우 e삼성 실패경험이 있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성숙해졌고 삼성전자 해외법인과 공장을 모두 돌아보고 상당한 경륜을 쌓고 있는 만큼 삼성이 이재용 부사장 시대를 부정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 책임지는 위치에서 경영능력을 확실히 공인받는 것이 바람직한 수순"이라고 조언했다.박성호 기자 vicman1203@<ⓒ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박성호 기자 vicman1203@ⓒ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