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스마트폰 때문에 뚜껑 열리지 마세요

[아시아경제 강경훈 기자] 대기업 홍보부장 A씨는 한 달 전 스마트폰을 새로 샀을 때의 기억을 아직 잊지 못한다. 하도 스마트폰이 대세라고 해서 하나 사기는 했는데 전원을 켜자마자 한숨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게 전화가 맞기는 한 건지, 뭘 어떻게 쓰라는 건지. 한 달이 지난 지금, A 씨에게 스마트폰은 여전히 그냥 ‘전화기’일 뿐이다. 스마트폰으로 일을 보라는 회사의 지시도 아직까지는 ‘배째라’ 정신으로 버티고 있다.IT업체 영업부 B 대리. 새로 나온 전자제품은 무조건 써 봐야 하는 자칭 얼리어답터다. 이번에 새로 나온 스마트폰도 사전예약 끝에 엊그제 새로 개통했다. 그러 B 대리 엊그제 회식 후 이 녀석을 택시에 두고 내렸다. 모든 스케줄을 스마트폰으로 관리해 온 B 대리는 결국 그날 하루 모든 스케줄이 마비됐다.정식으로 보급되기 시작한지 1년도 안 된 스마트폰 때문에 여기저기 ‘테크노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테크노 스트레스는 컴퓨터, 휴대폰 등 전자기기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테크노 스트레스는 빠르게 적응하는 전자기기의 발달에 뒤처지는 사람들이 받는 것으로만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기의 조직에 익숙하지 못하거나 그 메커니즘에 따라가지 못하여 생기는 ‘테크노 불안증’과 전자기기에 너무 동화되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테크노 의존증’으로 나눠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테크노 스트레스가 심하면 우울증까지 불러와 대인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테크노 불안증, 긍정적 생각으로 풀어야테크노 불안증은 갑작스런 전자기기의 발달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에 생긴다. 심한 컴맹이나 기계치인 사람들이 기기 사용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압박감을 받는 것이다. 사무자동화가 되기 전에 일을 시작하여 PC 및 IT문화와 동화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중장년층이 여기에 해당한다.증상으로는 급변하는 사회에 뒤쳐질 것 같다는 두려움과 압박감, 기계에 서툴러 제대로 자신의 성과를 평가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의한 억울함과 소외감이 있다.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자신감이 떨어져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무기력감, 우울감 등의 우울증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을지의대 유제춘 교수(을지대학병원 정신과)는 “제일 먼저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하루아침에 기계를 능숙하게 다루지는 못하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익히다 보면 자연스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들을 위해서는 주변에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혼자서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옆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면 막힌 문제가 간단하게 풀리기도 한다. 또한 모르는 것과 해결책을 메모해두고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테크노 의존증, 전자기기와 떨어지는 습관 가져야잠깐이라도 이런 최신기계가 없으면 불안하고 전자기기 없이는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할 만큼 의존도가 높은 사람들이 있다. 간단한 계산도 휴대폰 계산기를 통해서 하고 사람들과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것보다 트위터같은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하다. 휴대폰 등 전자기기를 몸에 지니지 않았을 때 초조함, 불안함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테크노 의존증은 디지털 기기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인해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디지털 치매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대화과정에서의 뉘앙스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고 사람들과의 대화도 번거롭게 여겨 대인관계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지나치게 전자기기에만 집중하다 보면 이것 밖에 생각할 수 없어 강박적인 양상이 나타날 수 있고 그 후유증으로 심장박동이상, 손발 떨림 등의 증세까지 나타날 수 있다. 유제춘 교수는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테크노 의존증의 경우 대인관계에서 여러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전자기기에 대한 집착이 실제 업무 등에서의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 현실에서의 도피와 같은 정신적 필요에 의한 것일 경우 테크노 스트레스가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모든 일을 전자기기로 처리하는 습관을 줄이고 간단한 계산 등은 암산으로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소통은 직접적인 관계의 대용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대인관계에 있어서 대화를 하려 노력하는 것이 좋다.강경훈 기자 kwk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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