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낙마 주역은?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에는 야당 저격수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박 의원은 지난 2425일 진행된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을 끈질기게 추궁해 김 후보자의 '거짓말'을 밝혀내는데 성공했다.김 후보자는 24일 청문회에선 "2007년 이 전에는 박 회장을 몰랐다"며 박 전 태광그룹 회장이 정치인들에게 비자금을 건넸던 2006년에는 친분이 없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박 의원은 25일 김 후보자와 박 전 회장이 2006년 10월 골프 회동한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하며 김 후보자를 압박, "2006년 6월 지방선거 이후부터 만났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이후 김 후보자는 2006년 2월 경남지역 행사에서 박 회장과 나란히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청문회에서 두 차례나 거짓 진술한 사실이 밝혀져 곤혹을 치렀다.이 밖에도 '10억원 차입금' 진위 여부를 파고들며 청문회 분위기를 주도한 민주당 박선숙 의원과 국세청장과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같은 당 이용섭 의원이 청문회 경험을 토대로 한 송곳 질의도 김 후보자 낙마에 한 몫을 했다. 한나라당내 비주류의 반발도 김 후보자를 비롯해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등의 자진사퇴에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당 지도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김 후보자의 인준을 강력 추진했지만, 당내 친이(친이명박)계 비주류를 비롯해 소장파 의원들의 '인준 불가' 여론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내 비주류를 자청한 홍준표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청문회 결과를 지켜보고 의혹이 팩트로 인정되는 분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당과 정부의 부담을 덜어준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친박계인 서병수 최고위원과 정두언 최고위원도 당 지도부 회의에서 인준 불가 입장을 피력했다. 정태근 의원을 비롯해 친이계 수도권 의원들은 '김태호 불가론'의 당내 여론을 주도했다. 이들은 지난 27일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자의 '인준 불가' 입장을 강력 주장했다.앞서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도 8.8개각의 인사난맥상에 대해 융단폭격을 퍼부었다.특히 오는 30∼31일 천안에서 열리는 의원연찬회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청문회 과정을 거치며 수렴된 당내 비판 여론이 연찬회을 계기로 폭발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모양새로 비춰지고, 이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지연진 기자 gy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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