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입에서 "묵은 쌀을 사료로 쓰겠다"는 말이 나왔다. 밥쌀로 쓰기 어려운 2005년산 쌀이 대상이라고 한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매년 일정량의 쌀을 사료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주식인 쌀을 동물용 사료로 사용하겠다니, 예전 같으면 큰 일이 날 만한 발언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식량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주무장관이 그런 말을 꺼낸 것이다. 쌀이 안고 있는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쌀 문제의 핵심은 수급 불균형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생산량과 의무수입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반면 수요 측면에서 쌀의 소비는 갈수록 격감하는 추세다. 대북지원까지 중단됐다. 그 결과 쌀의 재고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쌀 값은 10년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풍년을 걱정하고, 농가에 쌀 농사를 줄이도록 독려하는 안타까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쌀 문제는 수요, 공급, 의무수입, 대북지원, 재고에서 쌀 값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손쉬운 해결책이 없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토론회도 여러 번 열렸고 쌀 소비 촉진책도 수차례 나왔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문제의 해결은커녕 악화일로다. 쌀은 단순한 식량이 아니다. 국민정서가 걸려 있고 정치적 의미도 강하다. 그만큼 선뜻 손 대기 어려운 민감한 품목임에 틀림없다. 그렇더라도 쌀 문제는 더 이상 적당히 넘길 수 없는 단계를 지났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올해 쌀 재고량은 140만t으로 지난해보다 40% 늘어날 전망이다. 적정 재고량 72만t의 2배 수준이다. 가을에 수확하는 벼를 보관하기 위해서라도 창고를 비워야 할 판이다. 이런 급박한 상황이 사료용 처분 방안이 나온 배경이다. 묵은 쌀의 사료용 처분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사료' 차원을 뛰어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쌀 재배면적의 과감한 축소ㆍ전환도 그 하나다.무엇보다 급한 것은 쌀의 관세화다. 관세화 유예로 의무수입량이 해마다 2만t씩 늘어나 올해는 32만7000t에 이르게 됐다. 정부는 쌀 관세화가 확고한 입장이라면서도 "농민단체의 합의가 우선"이라 발뺌하고 있다. 9월을 넘기면 내년 관세화가 무산되지만 급한 기색이 없다. 농민단체와 끝장 토론이라도 벌여 결론을 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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