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주가 곤두박질..재무적투자자 풋백옵션 임박..한지붕 두가족 삐거덕
[아시아경제 이영규 기자]소주ㆍ맥주시장 부동의 1위 '하이트진로그룹(회장 박문덕)'이 요즘 심상찮다. 재기를 노리며 6년만에 재상장한 진로의 주가는 기대와 달리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6월 하이트홀딩스 주식 매입에 나섰던 재무적 투자자들의 풋백옵션 행사시기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금액만 3000억원대를 웃돈다. 그런가하면 소주담합에 따른 과징금 부과도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진로 참이슬의 일본자본 유입설과 일장기 루머는 갈 길 바쁜 진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내부적으론 하이트와 진로의 화학적 결합에 따른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업계에선 하이트진로의 리딩컴퍼니 역할 부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시장 '파이'를 키우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면서 오히려 시장을 퇴보시키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산넘어 산' 진로…"주가 정상화 쉽지않네" = 이달 1일 기준 진로의 주가는 3만3050원. 지난해 상장 시초가(4만100원) 대비 30% 이상 급락했다. 이 회사의 소주와 맥주시장 점유율이 50%를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선뜻 이해되지 않는 흐름이다. 진로가 자사주 매입이라는 비상책을 강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진로는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8월27일까지 3개월간 총 100만주를 매입, 소각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에 활력을 불어넣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자사주 매입 여력이 없다. 지난해 6월 하이트홀딩스 주식을 매입했던 리얼디더블유와 신협의 '풋백옵션' 행사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풋백옵션은 주가가 일정 수준을 밑돌 경우 투자자들이 일정기간이 지난 뒤 주식을 되사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리얼디더블유는 지난해 주당 5만2282원에 441만주, 금액으로 총 2309억원 어치의 하이트홀딩스 주식을 샀다. 신협 역시 주당 5만3200원에 110만주, 금액으로 585억원 어치를 매입했다. 이들은 진로의 주가가 매입당시 가격을 밑돌 경우 각각 연 6%, 5.45%의 수익률을 보장 받고 풋백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진로의 주가가 최근 풋백옵션 행사 가격(5만3000원대)보다 2만원이상 떨어진 3만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어, 이 두 회사의 풋백옵션 행사가 거의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두 회사가 풋백옵션을 행사할 경우 당초 주식 매입금액 2900억원에 1년치 이율 5.45~6%를 얹어서 되사야 한다. 이럴 경우 진로가 현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3100억~3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까지 한다는 것은 하이트진로의 현재 재무상황을 감안할 때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진로는 소주가격 담합으로 과징금 '철퇴'를 앞두고 있다. 당초보다 부과금액이 줄면서 170억원대로 내려 앉았지만 여전히 경영에는 적잖은 부담요인이다. ◆주류시장 퇴보시키는 '안방 호랑이' =하이트와 진로간 화학적 결합에 따른 각종 부작용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그룹 재무 인사 등의 통합이 미뤄지면서 일부 부서는 양쪽에서 업무지시를 받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선 양사간 급여체계와 인사 등에 불만을 품은 직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진로의 일본자본 유입설과 술병 도안의 붉은 색이 일장기를 상징한다는 루머까지 더해졌다. 진로는 지난달 영업사원들을 동원, 음식점 등에 전단지 10만장을 배포하고 신문광고에 포스터까지 배포하며 조기 진화에 나섰다. 진로는 2006년부터 일본 자본 유입설로 곤욕을 치러왔다. 2008년 9월 해양심층수를 함유한 새 브랜드 'J(제이)'를 출시했을 때도 제품명이 일본(Japan)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어려움을 겪었다. 일각에선 하이트진로의 국내 주류시장 리딩 컴퍼니 역할 부재론을 제기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주류기업. 하지만 이에 걸맞는 대외 수출이나 국내 주류시장의 트랜드를 이끌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소주와 맥주 수출은 롯데주류와 오비맥주에 1위 자리를 내준 상태다. 내수시장 1위 업체가 해외수출에서는 후발주자에 밀리는 형국이다. 나아가 주류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과감한 투자 등을 통해 업계를 리드해야 하는데 현실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리딩컴퍼니는 해당 업종의 파이를 키우고 기술개발 등을 통해 업종 경쟁력을 강화하는 1차적 책임을 진다"며 "하지만 현재 하이트진로는 현상유지에 급급, 국내 주류시장을 퇴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규 기자 fortun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이영규 기자 fortune@<ⓒ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이영규 기자 fortun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