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런시 밀월관계 끝났다'..디커플링 대세

[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함께 놀던 통화가 따로 놀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각국의 펀더멘털에 따라 시장참가자들이 달리 반응하면서 통화의 연동성이 약화되고 있다. 유로존 위기가 다시 도마에 오르면서 유로화가 급락했지만 달러 및 엔화의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는 오히려 무색해졌다. 반면 이머징통화는 여전히 활기차다.◆<B>원화-유로화 디커플링 시작</B>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유로화와 원화의 디커플링이다. 통상 유로화가 급락하면 달러강세, 국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던 것이 최근에는 달러 강세에도 원달러 환율은 꿋꿋하게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유로달러 환율이 1빅 정도 빠지면 원달러 환율은 8원~10원 정도 오를 정도 상관관계가 높았으나 최근에는 1빅이 빠지더라도 상승폭이 4원~5원에 그치는 수준"이라며 "유로화와 원화의 연관성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 펀더멘털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가 크게 하락하지 않았고 외국인 주식순매수도 11거래일째 견조하다. 수출업체들도 꾸준히 네고물량을 내놓으면서 달러 공급 주체로서 환율 상승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유로존 위기감에 국내 시장이 이토록 둔감해 진 것은 한국과 유로존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해 있지 않다는 점도 주효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유럽, 미국, 한국으로 이어지는 도미노에서 미국 시장이 견고하게 받쳐주면서 이를 완충해주고 있다"며 "아시아 이머징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유럽국가와이 연관성이 떨어지는 점도 디커플링에 한 몫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의 올해 통화절상율이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후발 이머징국가에 비해 현저히 적었던 만큼 원화 강세가 조금 더 진행될 경우 현재 환율에서 약 1%, 11원 정도는 추가 하락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B>안전자산 위상 약해진 엔화, 유로 저점에 주목</B>전일 EU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장 심리가 흔들렸음에도 엔화는 오히려 약세를 나타냈다. 위기감이 고조될 때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엔화의 위력은 한풀 가신 셈이다. 달러엔 환율은 최근 나흘째 상승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이 출구전략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상황에서 일본만 유독 디플레이션으로 금리 인상 시기가 멀어진 점은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한편 이 점은 일본내 수출기업의 실적 증가로 이어지는 요인이기도 하다. 3월 결산 종료 시점 이후 외환시장에서는 추가적인 재료도 부족해진 상황이다. 오히려 유로화의 저점이 어느 정도 레벨일지가 도쿄외환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아울러 오는 4월1일 다이이치생명이 상장을 앞두고 일본내외에서 1조엔에 달하는 자금이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주식 매수를 위한 엔화 환전 수요가 의식되고는 있지만 엔고에 대한 경계감은 큰 편이다. 한 도쿄 외환시장 참가자는 "기업의 하반기 예정 환율이 90엔 정도, 유로엔이 130엔 정도"라며 "현재의 유로 레벨과 차이가 큰 만큼 유로가 어느시점에 저점을 찍을지가 주목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B>"위안화 절상까지는 커런시 디커플링 화두"</B>아시아 이머징통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이같은 커런시 디커플링을 반영하고 있다. 유로존과의 영향력으로부터 다소 안정권에 있는 시장인데다 유동성 차원에서도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위안화 절상이라는 대형재료가 아직 남아있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까지는 아시아통화 강세 베팅이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는 "최근 외환시장은 각국의 펀더멘탈에 따라 움직이는 디커플링이 시작된 셈"이라며 "중국 위안화 절상 이슈가 불거질 경우 그동안 절상 기대감에 기대 이머징 쿼런시에 대해 숏을 낸 해외 펀드 등 역외투자자들이 숏커버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리스 우려감 역시 시장에서는 큰 악재로 인식되지는 않고 있어 디커플링의 요인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유로존 관련 재료에 대해 시장 참가자들이 한 발 물러서 바라보기 시작한 만큼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 시장 참가자는 "일단 EU와 IMF가 그리스를 공동 지원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은 한차례 제거된 셈"이라며 "하지만 나머지 유로 국가들이 건재한데다 EU의 지원이 뒤따를 것이라는 점 때문에 IMF지원 자체를 악재로 볼수 만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강도높은 긴축정책과 구조조정이 예상되지만 이 역시 문제해결로 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지원 방식은 나왔지만 대출로 할지 SDR이 포함될지 구체적인 지급 방법은 나오지 않은 만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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