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대통령-대권주자 갈등, 그 역사는?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충돌 양상이 심상치 않다.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하지만 이제 고작 집권 3년차를 맞는 시점이어서 "벌써부터 여권 내 계파갈등이 표면화 되는 것은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친이명박(친이)계와 친박근혜(친박)계의 갈등은 언제 어떻게 수면위로 떠오르느냐의 문제였을 뿐 항상 잠복해있던 것이었다"며 "앞으로 지방선거와 그 이후의 정치 일정 등을 감안해 양측이 유리한 구도를 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이에 "대통령으로서 임기 말 상황으로 이 대통령의 레임덕은 이미 시작됐다"며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한나라당도 현 대통령을 사수하는 것보다 차기 대권 창출로 중심이 옮겨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말 할 필요 없는 권력자 이명박 대통령과 여권 내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박 전 대표는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으로 불린다. 이처럼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갈등은 옛날부터 끊임없이 존재해왔다. 가깝게는 군사정권이 끝난 후 대통령과 차기 유력한 대통령 후보 간은 밀월관계와 경쟁·견제관계를 거듭해왔다.특히 집권 말기에 가까워지고 여권의 권력구도가 미래권력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양측 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었다. 갈등 국면을 맞으면 미래권력은 차별화 전략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고 애를 썼다.노태우 정부의 미래권력이었던 김영삼(YS) 전 대통령도 그랬다. 3당 합당으로 만들어진 민주자유당의 3인 공동대표이자 사실상 대통령에 이은 2인자로서 차기 대권은 자신의 것이란 점에 정치적 생명을 걸었다. 1990년 10월 내각제 합의 각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당무를 거부했으며, 당시 노태우 대통령, 김종필(JP) 최고위원 등을 만난 자리에서는 "당신들이 한 일을 나는 알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노 대통령은 자리를 박차고 나갈 만큼 YS에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YS는 대통령이 된 후 1993년 이회창 감사원장을 총리로 발탁하면서 새로운 갈등구도에 접어들었다. 급기야 이듬해 4월에는 YS가 "당장 사표를 내지 않으면 해임 조치하겠다"며 이 총리를 압박했다. 집권말기에는 YS가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에게 "독불장군에겐 미래가 없다"고 혹독하게 비판했고, 이 총재는 "비민주적인 정당에는 미래가 없다"고 공격했다. 김대중(DJ)정부에서는 4년차에 접어들면서 JP와 각을 세웠다. 2001년 9월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을 놓고 DJ와 JP는 갈등을 빚다 결국 결별했다. 노무현정부에서는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친노 계열과 적잖은 마찰음을 냈다. 이들 갈등은 대권을 쥐기 위한 정략적 합종연횡의 결과에 따른 경우가 허다하다. 대표적인 것이 DJP연합으로 불렸던 DJ와 JP의 연대다. 정치적 이념이 확연히 다른 이들은 같은 정치적 목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잠깐 손을 잡았다 다시 등을 돌렸다.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의 3당 합당도 이와 비슷한 사례다.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 갈등은 이들과는 차이가 있다. 우선 정치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50%를 넘나들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다. 대부분 갈등이 집권 말기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거나 실정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에서 벌어졌던 것과 차이가 있다. 이런 경우에 미래권력은 주로 상황반전을 위해 쇄신을 외쳤고, 현재권력과 철저하게 다르다는 점을 내세웠다.이념적인 간격도 크지 않다. 사안별로 진단과 대안이 다를 수 있지만, 큰 틀에서 볼 때 제도 정치권의 보수진영이 갖고 있는 정치적 차별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보수여당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 오히려 여권 내 분열을 갖고 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이 같은 이유들 때문이다.청와대의 핵심 참모는 "얼마 전 외부에서 친박을 끌어안고 가든지, 결별하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냐는 충고를 들었다"면서 "이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아있고, 당과 함께 해야 할 일이 잔뜩 있는데 일단은 대화를 통해 발전적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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