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기자
숙종어필 칠언시<br />
이중 숙종어필 칠언시는 숙종(肅宗, 1661∼1720)이 인조 때의 명상(名相)이던 이경석(李景奭, 1595∼1671)의 문집 ‘백헌집(白軒集)’을 살펴본 뒤 이경석 후손에게 내려준 어제어필의 칠언시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묵적(墨蹟)의 숙종어필 가운데 가장 신빙할 만한 예로서 채색꽃무늬를 찍은 어찰지(御札紙)를 사용한 이 어제어필은 열성어제(列聖御製)인 ‘숙종어제(肅宗御製)’에도 실려 있어 어필 자료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전서(篆書)로 ‘숙종성제보묵(肅宗聖製寶墨)’ 이라고 음각한 갑(匣)에 보관하고 있으며 보존상태도 양호하다. 이경석이 1668년 11월에 현종(顯宗)으로부터 하사받은 궤장(궤杖) 및 그것을 받았을 때의 잔치 장면을 묘사한 ‘사궤장연회도첩(賜궤杖宴會圖帖)’ (보물 제930호)과 더불어 의미 있는 필적이다.서거정·기순 필적
서거정·기순 필적은 1476년(성종 7) 1월말에 우리나라에 온 명나라 사신 호부낭중(戶部郞中) 기순(祁順: 동완인 〈東莞人〉, 1460년 진사, 자 치화 〈致和〉, 호 손천〈巽川〉)과 사신일행을 맞이했던 원접사(遠接使)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의 글씨가 함께 실려 있으며 표지에는 ‘천사사한진적(天使詞翰眞蹟)’ 이라고 쓰여 있다. 서첩 앞쪽에는 기순이 40일쯤 머문 뒤 3월 11일에 의주 의순관(義順館)에서 당시 통역을 맡았던 사역원정(司譯院正) 장유화(張有華)에게 지어 써준 ‘오언장시(五言長詩)’가 실려 있고, 서첩 뒤쪽에는 당시 원접사(遠接使) 겸 관반(館伴) 겸 반송사(伴送使)를 맡았던 좌참찬 서거정이 그해 6월 3일에 역시 장유화에게 지어 써준 ‘증장원정서(贈張院正序)’가 실려 있는데 앞쪽은 탈락되어 있다. 말미에는 이 서첩을 얻은 사람이 ‘이 필적을 김홍기(金弘基: 자 복초〈復初〉)에게서 얻어 이를 첩으로 장황했다’는 1736년(영조 12) 9월 소망일(小望日)의 발문이 딸려 있다.조선 초기의 서예유물은 매우 희귀한데, 이 서첩은 원형 그대로 남겨진 15세기 조선의 문인이자 명필인 서거정의 대표적인 필적이다. 뿐만 아니라 명나라 사신의 필적이 함께 실려 있어 양국의 교류를 살필 수 있는 귀중한 필적이다. 각 글씨 끝에는 연월일과 관직, 인명(人名) 그리고 자호(字號)가 기록되어 있고 이 필적의 전래과정을 알려주는 영조 12년(1736년)의 발문은 작품의 가치를 한층 높여 주고 있다. 서거정이 행서(行書)로 쓴 원문은 그의 문집인 ‘사가집(四佳集)’ 권6.증장원정서(贈張院正序)’에 실려 있으며, ‘통문관지(通文館志)’권7에도 수록돼 전해지고 있다.김정수 기자 kj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