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경기부진으로 미국과 유럽 내 시멘트 수요는 줄어든데 반해 중국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어 글로벌 시멘트 업계가 뼈아픈 구조 개편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찌감치 중국 땅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했던 시멘트업체들은 탄탄한 성장세를 누릴 수 있겠지만, 유럽과 미국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시멘트 기업들은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유럽, ‘아 옛날이여’= 유럽은 글로벌 시멘트 업체 5개 가운데 4개 기업의 본사가 위치한 ‘시멘트의 고향’이다. 시멘트업체들은 유럽의 근대화ㆍ산업화와 뿌리를 같이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최근 2년 동안 유럽 내 시멘트 수요가 급감했다고 FT는 전했다. 유로컨스트럭트에 따르면 내년 유럽의 시멘트 수요는 2007년 대비 30% 가량 낮은 수준으로 올해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컨스트럭트는 2012년이 되야 시멘트 수요가 소폭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역시 극심한 수요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포틀랜드 시멘트 어소시에이션에 따르면 내년 미국의 시멘트 수요는 2006년 대비 44%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세계 2위 시멘트업체인 스위스 홀심의 마커스 아켈만 최고경영자(CEO)는 “선진국 내 건축 자재 시장이 회복하는 데는 적어도 3~5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축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스페인이 겪는 어려움은 크다. 아켈만 CEO는 “스페인 건축 버블에 심각한 구조적 변화가 발생하면서 성장률 침체와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도 아직까지는 건설 부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프랑스 시멘트 업체 라파즈 측은 “미국과 유럽의 정부들이 지출을 확대했지만 아직까지 그 효력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시멘트 업계의 눈은 이머징 마켓으로= 미국 및 유럽 시멘트 시장이 업계 통폐합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반해 중국·인도 등 이머징 마켓 내 시멘트 수요는 고속성장을 기록 중이다. 중국의 경우 경제성장속도를 맞추기 위해 매달 1000만 톤의 시멘트가 추가로 소요되는데, 이는 영국 산업계가 1년 동안 필요로 하는 양과 맞먹는다. 글로벌 시멘트 수요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이른다. 지난 1994년, 당시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미개발 시장이던 중국에 진출했던 라파즈는 최근 중국 고속성장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라파즈의 장 데사자르스 드 몬트게일하드 부회장은 “중국 시장의 성장세는 다른 시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며 “중국이 시멘트 뿐 아니라 건설업계의 향후 20년을 책임질 신성장 동력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라파즈와 홀심 등 글로벌 시멘트 업체들은 올해 인수합병(M&A) 등의 명목으로 대규모 자금을 은행권으로부터 끌어다 썼다. FT는 이 자금이 M&A 외에도 유럽 국내 시장 부진을 만회하는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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