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및 유럽증시 삐그덕..좀 더 확인할 필요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의심이 많은 한 농부가 있다. 어느 날 이 마을에 농부를 포함한 마을 주민들에게 새로운 농작물 재배법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기존 수확량의 2배나 많은 농작물이 생산된다고 하는데 농부는 도무지 믿을수가 없었다. 의심많은 농부는 자신만의 방법을 고수한 반면 여타 주민들은 새로운 농작물 재배법을 시도하게 됐고, 주민들은 이 농부에 비해 2배나 많은 수확물을 얻을수 있었다.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한 뒤에야 의심이 없어진 농부는 자기도 뒤늦게 다른 주민들을 따라해보려 하지만 이미 수확이 마무리 되고있는 단계라 손을 쓸 수 없다. 코스피 지수의 의심많은 농부의 모습은 닮은 점이 많다. 미국 및 유럽증시가 강세를 보이던 시점에도 우리는 "정말 오를만 할까"라는 의심만 갖고 그들을 지켜보며 철저히 비동조화된 흐름을 보였다. 뉴욕증시만 따라다니던 따라쟁이 코스피가 어느 순간부터는 선진증시의 강세에도 눈을 꿈쩍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의심많은 코스피에는 그나마 선진증시의 안정적인 흐름이 하방 경직성을 강화해줬을 뿐이다. 그런데 선진증시가 연일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코스피 지수도 마음을 풀었고, 3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지속하며 다시 상승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와중에 선진증시가 다시 불안한 조짐을 보인다면...? 의심많은 코스피가 또다시 주춤한 흐름을 보이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미 증시는 사흘째, 유럽증시는 나흘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선진증시의 안정적인 흐름에 코스피 지수가 이제서야 마음을 열었지만, 뉴욕 및 유럽증시는 다시금 삐걱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 증시의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불안감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긴축정책의 시작이고, 또 다른 하나는 연말 소비부진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각) 장 클로드 트리셰 총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수준의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은행들에 대한 자금 대출시 담보로 잡는 자산담보부증권(ABS)의 적격 기준을 강화키로 결정하는 등 사실상 출구전략에 발을 들여놓았다. G20 회담에서의 글로벌 경기부양 공조 합의가 다우지수를 연고점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호재로 작용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나타난 ECB의 이같은 기조 변화는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ECB의 이같은 결정만 있었다면 어쩌면 투자자들은 그만큼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감도 여전히 작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연말 쇼핑시즌, 즉 블랙 프라이데이다. 지난 2년간 금융위기 등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연말 소비특수를 누리지 못했지만 올해는 그나마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연말 쇼핑시즌에서 소비가 살아난다면 이것을 경기회복의 강력한 시그널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연말 소비특수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은 극과 극이다. 지난해 연말 소비 시즌 매출액은 전년대비 -3.4%의 저조한 결과를 보인 바 있는데 올해 연말 소비 매출액은 -1.0%의 감소세가 예상되고 있다. 일단 시장에서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장이 기대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고용시장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고용이 부진하면서 소비생활 역시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 역시 이같은 투자자들의 우려에 동의하며 연말 소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고집하고 있다. 또다른 한편에서는 이미 기대치가 낮게 형성된 만큼 예상치와 비슷하거나 이를 상회하는 수준의 결과만 나와도 서프라이즈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증시에서 중요한 점은 그 결과 자체가 아니라 투자자들의 한발 앞선 기대감을 충족시켰는지 여부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같은 두가지 요인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증시는 수급의 힘으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거래가 여전히 부진해 나약한 체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수급의 힘이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이다. 잘 나가던 선진증시가 주춤하다. 지금까지 지루한 장세를 잘 버텨왔다면 확실한 신호가 나올때 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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