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극심한 재정난으로 파산 위기에 몰린 CIT가 결국 파산보호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 역사상 다섯번째 규모로 기록되는 파산인 만큼 업계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3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중소기업 대출 전문은행 CIT그룹이 이르면 내달 1일 사전조정 파산보호를 신청할 예정이다. 최대주주 칼 아이칸과 채권단이 사전조정 파산보호를 지지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CIT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CIT 채권단이 CIT 사전조정 파산보호 신청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몇 달간 별다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데다 최대 주주인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이 사전조정 파산 계획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던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FT는 CIT가 이르면 내달 1일 사전조정 파산보호를 신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정조정 파산은 경영진과 채권자 등 기업 관계자가 구조조정 방안과 함께 파산을 신청하는 제도로, 일반적으로 파산보호 절차가 2~5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에 비해 6~12개월 정도로 기간이 짧게 소요된다. CIT는 사전조정 파산보호 신청을 통해 300억달러 채무 가운데 70억달러를 경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같은 날 CIT에 대한 20억달러 규모 채권을 보유한 최대 채권자 아이칸이 CIT의 사전조정 파산 계획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CIT는 파산보호를 신청할 경우 DIP금융(debtor-in-possession financing) 형태로 아이칸으로부터 10억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DIP금융이란 파산보호에 놓인 기업의 회생을 도모하기 위한 지원 자금으로 통상 DIP금융을 제공한 채권자는 채권회수 시 우선권을 얻게 된다. 이와는 별도로 CIT는 골드만 삭스가 기존에 30억달러 대출을 제공하기로 했던 것을 21억2500만달러로 줄이고 CIT가 골드만삭스에 2억8500만달러 수수료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CIT 파산이 미치는 영향은?CIT는 총 75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미국 20위 은행이다. CIT는 100만달러 이하의 소규모 자금을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는 중소기업 대출 전문 은행으로 95만여개에 달하는 중소기업과 거래하고 있다. 때문에 CIT가 파산할 경우 상대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자금줄이 막히게 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다시 중소기업에 대출하는 은행들이 채무 상환연체에 빠지게 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올 들어 현재까지 100개가 넘는 소규모 지방은행들이 파산한 상황이다. 지난 9분기 동안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CIT가 파산하게 된다면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이후 첫 대형 금융사 파산이자 미국 역사상 5번째 규모 파산으로 기록된다. 한편 대출자금을 예금이 아닌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 등으로 대부분 조달해 온 CIT는 신규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 7월 파산 위기에 처했다. 채권단으로부터 30억달러를 지원받아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지만 여전히 파산 위험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불안감 CIT의 파산 보호 임박 소식에 이날 다우지수가 2.5% 하락하는 등 뉴욕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또한 뉴욕 증시와 반대로 움직이는 ‘공포지수’로도 불리는 VIX지수는 장중 25% 상승해 1년래 최고치인 30.97을 기록했다. 한편 CIT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CIT 주가는 올해 들어 80% 급락했다.◆청산만이 해결책?CIT가 채무 조정에 성공하더라고 근본적인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해 회생하지 못할 것이란 시선도 있다. 기업어음이나 채권으로 대출자금을 마련해왔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자금 조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예금은 안정적인 자본조달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는 상황이다. 지금보다 채무 축소가 더 이우러지지 않는 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로부터 예금에 대한 제재를 경강받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 뿐만아니라 전문가들은 CIT가 업무를 정상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93억달러의 채무를 줄여야 한다고 보았다. 이는 기존에 CIT가 제시한 57억달러와 파산보호 신청을 통해 목표로 하는 70억달러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결국에는 청산만이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공수민 기자 hyunh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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