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안정세를 기다려라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롤러코스트를 탈 때 가장 아찔한 순간은 언제일까. 롤러코스트가 출발한 후 느린 속도로 가파른 레일을 올라갈 때가 아닐까 싶다. 최고점에 올라서면 롤러코스트는 1~2초간 잠시 멈춰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순간이 가장 땀이 나고 스릴있다. 세상의 모든 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막상 일이 벌어지고 나면 '감당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이 가장 조마조마하고 두려운 법이다. 전날 뉴욕증시가 또다시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아무리 국내 GDP 성장률이 깜짝 반등을 하고, 국내기업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큰 형님 격인 미 증시의 안정된 흐름이 없이는 국내증시 역시 휘청거릴 수 밖에 없음을 새삼 느끼게 했다. 전날 다우지수가 소폭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증시는 2% 이상 급락하며 믿었던 60일 이동평균선까지 내줬는데, 지난 새벽 다우지수는 다시 120포인트 가량 급락하며 투자자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미 증시가 급락세를 보인 가장 큰 이유는 3분기 GDP 전망치에 대한 하향조정이었다. 골드만삭스는 3.0%에서 2.7%로, 모건스탠리는 3.9%에서 3.8%로,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2.5%에서 2.3%로 낮췄다. 시장의 기존 컨센서스가 3.3~3.5%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던 골드만삭스나 BOA의 전망치는 더욱 더 낮춰졌다. 본 GDP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안그래도 조마조마한 상황에서 덩치가 큰 녀석들이 옆에서 잔뜩 겁을 주고 있으니 지수가 되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항상 일이 벌어지기 직전이 가장 두려운 법, 미리 겁을 먹고 이것 저것 다 내줄 필요는 없다. 의외로 보기보다 상대방이 약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달리기는 내가 더 빠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주식의 매수 기회로 삼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현재 국내증시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외국인. 외국인은 현ㆍ선물 시장에서 방향성 없는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며 시장을 휘청거리게 하고 있는데, 외국인의 매매 패턴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미 증시의 향방이다. 미 증시는 GDP 성장률에 대한 불확실성 뿐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의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강화의 목소리도 강도높게 나오고 있는 만큼 당장 안정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미 증시가 안정세를 되찾지 못한다면 외국인 역시 적극 매수에 나설 수 없는 만큼 당분간 냉정하고 차분하게 글로벌 증시의 흐름을 주시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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