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 그는 정권을 넘나들며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다 알다시피 윤 실장은 참여정부에서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장관을 하고 서울산업대 총장을 지냈습니다. 그 때까지의 이력만으로 보면 윤 실장은 지는 해였습니다. 그러나 MB정부에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하더니 최근 있었던 참모진 개편에서는 정책실장으로 수직 이동했습니다. 정책실장은 경제, 사회, 교육 등 청와대 참모진의 절반을 책임지는 힘 있는 자리입니다. 항간에선 총리나 대통령 실장보다 더 힘이 실리는 파워 있는 자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윤 실장을 보면 마치 중국 5대10국 당시 5대에 걸쳐 10여명의 황제를 보필한 재상 ‘풍도’가 떠오릅니다. ‘풍도’는 “권력은 유한하지만 나라는 영원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윤 실장에게 어떤 리더십이 있기에 대통령의 신뢰를 받는 것일까요. 항간에선 ‘운칠기삼(運七氣三)의 관료’라며 평가절하하기도 하지만 그가 롱런할 수 있는데는 분명 경쟁력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먼저 윤 실장은 일에 대한 애착 내지는 집념이 강합니다. 그래서 ‘일벌레’라는 별명 아닌 별명을 갖고 있지요. 옛 재무부 과장 시절에는 직원들에게 일을 너무 많이 시켜 장관실로 민원이 들어온 적도 있다고 합니다. 당시 윤 실장은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갖다 놓고 일하기도 했습니다. 경제수석으로 일할 땐 청와대 경제팀 직원들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출근할 때가 많았다고 합니다. 업무만 놓고 봤을 땐 부하직원들이 그다지 좋아할 스타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윤 실장에겐 ‘의리의 리더십’이 있었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부하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상사는 공(功)은 자기가 취하고 과(過)는 부하 직원에게 돌리는 상사라더군요. 하지만 윤 실장은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일을 해 나갔습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윤 실장이 부드러운 이미지이면서도 부하 직원에게 ‘일이 잘못되면 너하고 나하고 그만두면 된다’고 거침없이 말했다”고 합니다. 또 하나 윤 실장을 돋보이게 하는 건 격이 없고 소탈하다는 것입니다. 장관급인 서울산업대 총장 시절 지방 행사 때 차량이 부족하자 산자부 사무관 2명과 함께 아반떼 승용차 뒷자리에 타고 갈 만큼 격식을 안 따진다는 것입니다. 당시 그 모습을 지켜봤던 한 관계자는 “그 정도 위치에 있으면 전용차와 수행비서가 없으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텐데 그 모습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더군요.윤 실장이 단지 ‘일벌레’였다면 아마 크게 쓰임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일에 대한 집념이 강할뿐더러 의리가 있는 상사로 통했습니다. 게다가 자기를 낮출 줄 아는 ‘소탈함의 미덕’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일벌레’일 뿐 입니까? 아니면 의리와 소신에 겸손함까지 갖춘 매력적인 리더입니까? 이코노믹리뷰 강혁편집국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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