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우의 경제레터] 경제회복의 뒷면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보수적이라는 각국의 중앙은행장들도 최악의 위기는 끝났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세계 중앙은행장 연례모임에서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의 적극적인 위기 대처로 대재앙을 막는데 성공했으며 세계 경제는 불황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경제 활동이 미국과 해외에서 모두 안정되고 있으며 위기의 가장 위험한 국면도 지났다”고 선언했습니다. 장 클로드 트리세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경기 회복의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며 “실물경기가 자유낙하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조짐이 일부 있지만 우리 앞에는 울퉁불퉁한 회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세계 경제가 바닥이 매우 길고 평평한 모양새의 U자형 회복을 예상했습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기준금리를 6개월째 2%로 동결하면서 “경제지표가 예상 외로 괜찮은 모습을 나타냈다. 2분기의 플러스 경기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우리 경제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만은 가시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올해 2분기 국내 총생산(GDP)이 2.3% 성장했습니다. 국내 경제 회복의 징후들은 실물지표에서도 감지됩니다. 경기선행지수와 경기동행지수가 30여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고 달러당 원화 환율도 1200원대에서 안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 않았던 소비자심리지수도 개선되고 소매기업의 투자도 연초 계획보다 늘려 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어제 코스피지수는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단숨에 1600선을 넘어 섰습니다. 오랜만에 맛보는 반갑고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돈의 힘으로 이뤄낸 성과라는데 아쉬움이 있습니다. 정부가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전체 예산의 75%에 이르는 자금을 조기집행 한데 기인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재정의 힘이 소진되기 시작하면 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의 한 칼럼니스트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 경제들이 회복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효가 떨어지는 대규모 경기부양의 효과”라며 “이런 정책은 장기적인 해법이 아니라 단기적 처방이며, 경제성장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산거품이 새롭게 형성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빠른 회복 신호는 그 자체가 거품”이라는 말입니다. 실제로 경기회복 조짐이 가시화하기 전부터 주택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금리 기조아래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강남재건축을 중심으로 과열 현상을 보여 역대 최고시세를 보이고 있으며 강남지역의 집값 급등은 일부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서둘러 대출 규제에 나섰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일부에서는 투기양상마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로서는 모처럼 살아나는 부동산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없고 “전반적으로 정상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치부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또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는 기업의 투자 부진과 고용시장도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상장 제조업체 매출액은 연 10%이상 늘어났으나 종업원 증가율은 1%에도 못미처 종업원은 그대로 두고 생산량만 늘리는 고용 없는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되면 우리 경제는 다시 활력을 잃게 되고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취업자수의 반짝 증가세를 보이게 했던 희망근로사업과 청년인턴제도 오는 11월이면 종료하게 돼 또 다른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경기 회복 시점에서 동반되는 소득 양극화의 심화도 사회의 불안요인입니다. 자산버블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상당수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추세는 이미 많은 부분에서 나타났습니다. 신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고 하나 기본적으로 복지보다 성장을 앞세우는 정부로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앞으로 우리 경제 회복에 커다란 장애가 될 것입니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현재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기대는 망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우리 경제 현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루비니 교수는 금융시스템이 심각한 손상을 입은 데다 기업의 설비가동률이 아직 과잉상태에 처하고 있는 등 경제 침체가 개선된다 해도 다시 악화되는 더블딥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버블도 잡아야 하고 경기회복의 훈풍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신빈곤층도 걱정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무척이나 어려운 상황입니다. 여기에 정부의 재정건전성도 갈수록 나빠져 더는 재정 부축도 힘들어진다고 아우성입니다.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론은 일단 미뤄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경제를 다시 한번 꼼꼼히 점검하고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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