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累卵之危' 파생상품 OEM

"운용사는 판매사(갑)의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을의 입장입니다. 시장 질서에 위배된다해도 공공연하게 그렇게 여겨지고 있으니 따를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최근 만난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이는 금융간 벽을 허무는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 파생상품이 다양한 모습으로 선보일 것이란 당초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판매사들은 운용사들에게 어떠한 상품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금융업종간의 벽을 허물어 다양한 파생상품 등을 선보이겠다는 정부측 의도는 좋았지만 막상 법을 시행하고 보니 주문자 생산 방식(OEM)의 파생상품 출시가 많은 셈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발행사까지 다 정하고 운용사를 결정하는 일 등의 주문자생산방식은 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에 대해 반기를 드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사실상 판매사 입김이 운용사들보다 세다 보니 어쩔 수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또 다른 관계자도 "자본시장법 시행 후 파생상품 영업 인가를 받지 않거나 전문인력이 없는 판매사들이 운용사에게 요구대로 상품을 만들어 올 것을 더욱 강요하고 있어 시장 질서를 흐리고 있다"며 같은 반응을 보였다.  OEM 방식의 파생상품 출시의 가장 큰 문제는 판매사 구미에 맞는 상품을 만들다보면 또 다시 파생상품의 헛점이 드러나 또 다른 금융위기를 격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지난해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시장질서를 흐리는 OEM방식의 파생상품 양산은 자본시장법이라는 투자자보호에도 벗어나는 행위이며 또다시 금융시장의 근간을 흔들리게 할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구경민 기자 kk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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