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문용성 기자]‘허준’을 비롯해 ‘상도’ ‘대장금’ ‘이산’을 연이어 히트시키고, ‘사극의 거장’이라고 추앙받는 이병훈 감독이 오랜 세월 드라마 연출에 매진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부인의 내조가 큰 도움이 됐던 것으로 드러났다.최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이병훈 감독은 열 살 연하인 지금의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과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서른세 살 때 내가 일하던 MBC가 정동에 있었고, 아내는 서소문에 있던 TBC에서 성우로 일했었어요. 본격적으로 연애하던 6개월 동안을 매일 덕수궁 근처 정동밀크홀이란 곳에서 같이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뒤 각자 직장으로 돌아갔다가, 그리고 저녁에 다시 만나 밤까지 함께 있다가 귀가하곤 했죠. 주말이면 당연히 어김없이 데이트를 하면서 돌아다녔어요.”자신만만하던 젊은 시절,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하느라 회사 일을 제대로 못해 이 감독은 정신이 쏙 빠진 상태였다. 회사에서는 상사에게 혼나기 일쑤였고, 기어이 다른 부서에 발령 나기에 이르렀다.“내가 원래 하나에 꽂히면 푹 빠지는 스타일이에요. 한때는 팝송을 좋아해서 300개가 넘는 음반을 사서 수시로 듣곤 했죠. 주위에서 뭐라 하든 상관없이 헤드폰을 귀에서 떼질 않았어요. 연애도 마찬가지여서 집사람을 만나고 나서는 그 사람에게 매진했던 겁니다. 그러니 일이 잘 될 리가 없었죠.”드라마 PD는 한 번 작품에 들어가면 끝날 때까지 집에 들어가는 날이 현격히 줄고, 심지어 씻고 자는 것조차 힘들 때가 많다. 이것을 좋아할 부인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이 감독의 부인은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의 드라마 PD들이 가정생활에 충실하기 힘들어 집에서는 트러블이 많아요. 하지만 아내는 누구보다 나와 드라마를 잘 이해하기 때문에 그동안 문제시한 적이 없었어요. 8~9개월 동안 집에 들어가는 것이 손가락을 꼽히는데 좋아할 아내가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아내는 오히려 나를 도와줍니다.”이병훈 감독의 부인이야말로 진짜 ‘내조의 여왕’이었던 것. 두 사람이 화목하게 가정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에는 드라마가 있었다.“아내는 드라마를 무척 좋아하고, 내가 드라마를 만드는 것을 자랑스러워합니다. 내가 처음 부장이 되고, 국장으로 승진할 때 남들이 다 축하한다고 인사했지만 아내만은 오히려 싫어했어요. 아내는 늘 데스크가 되기보다 그저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했어요.”이 감독은 그 이유에 대해 부인이 “세상에 부장, 국장은 세고 셌다. 뭐가 그리 중요한가. 하지만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은 한 사람이지 않느냐”라는 논리를 편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도 내가 연출을 하고 있는 것을 따뜻하게 바라봐 줍니다. 내가 연출한 작품에 대해서는 방송 모니터링은 물론 시청자게시판에 오른 사람들의 의견까지 종합해서 나에게 틈틈이 일러줄 정도죠. 작품을 기획할 때는 서로 의논의 상대가 돼주기도 하고요.”결혼 후부터 다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드라마 연출에 매진한 이병훈 감독은 사극이라는 장르에서 길을 찾았다. 이어 내놓는 사극마다 공전의 히트를 쳤고, 지금의 명성에 이르렀다. 이런 이 감독의 성공 뒤에는 성우였다가 교직원으로 정년퇴임한 부인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문용성 기자 lococo@asiae.co.kr<ⓒ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대중문화부 문용성 기자 lococ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