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소유 토지가 타인의 토지에 둘러싸여 공로(共路)에 통할 수 없을 때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인 주위토지통행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주변 주거지역의 평온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A씨가 "기존 통행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이후 설치된 담장을 철거해달라"며 B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위토지통행권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1996년 10월 경기 김포시 운양동 일대의 토지에 거주하면서 인접 지역의 폭 3m에 21.33㎡ 길이의 도로를 통행로로 이용해왔다. 이후 1999년 이 부근 토지 위에 연립주택 두 동이 건축돼 B씨 등이 입주했으며, A씨는 입주 후에도 기존 통행로 토지에 출입하면서 채소 등을 재배했다.
그러나 B씨 등은 이 사건 토지 위에 적벽돌 및 철파이프로 축조된 3m의 담장을 설치했고, A씨는 "주위토지통행권이 침해됐다"면서 "축조된 담장을 철거해달라"며 B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이 사건 토지가 연립주택 단지의 출입구로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연립주택 단지 내의 대지로서 연립주택 주민들 전체의 주거공간이고, 연립주택 주민들은 단지 내에서 주거로서의 평온과 안전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전제했다.
대법원은 "원고는 이 부분 도로를 통하지 않더라도 별도의 통행로를 개설해 공로(共路)로 나갈 수 있고, 위 연립주택 단지 내의 주거의 평온과 안전에 대한 침해는 최소화될 수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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