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北 '개성공단 인질극' 끝내라

북한은 11일 남북당국간 실무회담에서 5억 달러 상당의 토지임대료, 300 달러의 근로자 임금 등을 요구하면서도 75일째 억류된 현대아산 개성 주재원 유 모씨의 "유 씨는 개성에 별탈 없이 잘 있다"고만 답했다. 이마저도 제대로된 답변을 내놓은 것도 아니다. 회담에 나선 김영탁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 대표의 말에 따르면, "(유 씨가) 개성에 있는 것으로 알겠다"는 우리측 물음에 북측은 "편리한 대로 해석해도 좋다"고 말했다. 이어서 "아까 얘기했던 것은 확실히 책임있는 답변이죠?"라는 우리측 질문에 "별 탈없이 잘 있다"고 했을 뿐이다. 유 씨가 "개성에 별탈없이 잘 있다"고 북측이 말했다는 내용은 이런 불성실한 답변들을 조합해서 얻어낸 결과물이다. 북측은 현재까지 유 씨를 억류한 이유, 억류 장소, 석방 시기 등에 대해 일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도 이런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북측의 비협조로 벽에 부딪혔다. 북한은 신체의 자유, 접견권 등 인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나라임을 공개시인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이번 회담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요구했다. 근로자 숙소건설(1만5000명 수용규모), 탁아소 건설, 근로자 출퇴근 도로 건설, 노동환경 개선까지 덤으로 넣었다. 정부당국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19일에 예정된 후속 회담에 나설 계획이다. 유 씨가 억류됐기 때문이다. 유 씨가 억류된 이상 계속 북한의 눈치를 살피면서 어떤식으로든 회담에 응하지 않을 수 없다. 북측은 한 마디로 말해 우리 사람을 볼모로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식 '우리민족끼리'의 실체란 결국 이런 수준이다. 대통령 암살시도, 비행기 폭파 등으로 이어지는 국제깡패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개선될 전망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국가주권을 떠난 인권에 대해 말하는것은 무의미하다"는 북한의 최근 성명을 보면 걱정만 쌓인다.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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