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투자신천지, 중국 허베이성 탕산시를 가다

'주강(珠江) 삼각주, 창강(長江) 삼각주 시대가 가고 환보하이(環渤海) 삼각주가 뜬다.' 중국 경제를 이끄는 삼각주라면 단연 주강 삼각주와 창강 삼각주가 꼽힌다. 하지만 북방의 환보하이 삼각주가 조만간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게 대세다. 베이징ㆍ톈진(天津)ㆍ산둥성(山東)ㆍ랴오닝성(遼寧)ㆍ허베이성(河北) 등 화북(華北)ㆍ동북(東北) 5개 지역을 아우르는 환보하이(環渤海) 경제권은 면적만 약 52만㎢에 달하는 방대한 지역이다. 지리적으로 우리와 인접한 환보하이 지역의 특성상 한국 경제가 최대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각별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3일 허베이 탕산(唐山)에서 개막한 한ㆍ중 우호주간 행사를 맞아 환보하이 경제권 중에서도 톈진 빈하이(濱海) 신구와 더불어 양대 산업단지로 떠오르고 있는 차오페이뎬(曹妃甸) 신구를 직접 찾아가봤다.

차오페이뎬(曹妃甸)섬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톨게이트

◆섬과 육지 연결하는 매립작업 한창= 당 태종의 후궁이었던 조(曹)씨 사당이 건립되면서 이름이 유래된 차오페이뎬은 5000년 역사를 지닌 4㎢의 작은 모래섬. 탕산을 가로지르는 강물이 바다로 흘려가면서 모래가 퇴적돼 생긴 섬으로 육지와 18㎞ 떨어져있다. 2000억위안(약 36조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산업단지 육성을 위해 섬과 육지 사이의 갯벌을 메우는 작업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매립규모는 200㎢로 새만금 간척사업의 80% 규모라고 하니 그 방대함을 짐작할 수 있다. 2005년말부터 시작된 매립작업은 현재 25% 정도 완료됐다고 한다.

지도를 보면 육지와 차이페이뎬 섬을 잇는 대규모 간척사업 규모가 한눈에 들어온다.

육지에서 차오페이뎬으로 들어가기 위해 난바오(南堡) 염장(鹽場)대교를 지났다. 3.5㎞ 길이의 대교 양옆에는 수평선이 보일 정도로 광활한 바다와 갯벌의 모습이 펼쳐졌다. 이미 바닷물을 많이 뽑아낸 듯 사방에서 물을 뿜어내는 펌프들은 가동이 멈춰있었고 염장대교이라는 이름답게 염전도 많이 눈에 띄었다. 차오페이뎬 표지판이 씌어진 톨게이트를 지나 섬 입구에 들어서자 대규모 건설현장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내리쬐는 햇볕과 강한 모래먼지 바람도 아랑곳 없이 수백대의 트럭이 쉴새 없이 흙과 돌을 실어날랐다. 철로도 건설 중이다. 철강을 실어나르는 철도란다. 차오페이뎬에는 셔우두(首都)철강과 탕산철강이 합작을 통해 1기 공사를 마치고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수많은 트럭들이 간척사업에 쓰이는 흙과 돌을 실어나르고 있다.

◆中 지도부가 미는 차오페이뎬= 차오페이뎬 신구가 앞으로 중국을 대표할 차세대 산업단지라는 점은 제4세대 지도자들의 기대와 의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후진타오(胡錦濤)ㆍ원자바오(溫家寶) 등 현 최고지도자들이 밀고 있는 개발구가 바로 차오페이뎬 신구다. 과거 1980년대 주강 삼각주, 1990년대 창강삼각주가 집중 육성됐다면 2010년부터는 환보하이 삼각주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이 때문이다. 후진타오 주석은 지난 2006년 7월 차오페이뎬을 한장의 백지에 비유하고 "가장 아름다운 최신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기대감을 표출했다. 1년 뒤 원자바오 총리도 이 지역을 '발해의 명주(明珠)'로 개발하자며 격려하기도 했다. 상해 푸둥(浦東)경제특구의 '동방명주'를 의식한 발언이다. ◆500대 글로벌기업, 탕산 투자 늘린다= 탕산시에는 프랑스 다농ㆍ독일 지멘스 등 50여개국 430여개사가 투자하고 있다. 탕산시는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17개사의 투자를 유치했다. 다국적기업들의 외자 프로젝트들이 많고 특히 싱가포르ㆍ일본ㆍ독일의 중공업회사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특히 차오페이뎬 신구는 세계적인 중화학공업기지로 육성된다는 기치 아래 중화학 업종의 외국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차이페이뎬 신구 가운데 핵심인 차이페이뎬 공업구는 ▲철강 ▲장비제조 ▲석유화학 ▲물류 중심의 중화학공업로 육성될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의 활발한 진출이 요구되는 지역이 바로 이곳이다. 지난해 일본종합상사 소지츠가 복합파이프 생산공장을 차이페이뎬 공업구에 건립하며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최초로 입주했고 홍콩 발전업체와 노르웨이 제지업체도 대규모 설비시설을 착공했다. 한국은 탕산시에 2년전 투자를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30여개 기업이 입주했으며 투자 규모가 수천만달러에 육박하지만 아직 많이 미흡하다. 이균동 주중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는 "한국은 당산의 최대수출국인 만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더욱 기업들의 활발한 투자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기업 진출이 유망한 분야로는 ▲정보통신(IT) ▲환경 및 에너지절약 ▲해수담수화 ▲창고보관 ▲사회간접자본(SOC) ▲부동산 개발 ▲철강 ▲장비제조 및 선박수리 ▲석유화학 및 석탄화학 등이 꼽힌다. ◆재기 꿈구는 공업중심지 탕산= 중국의 근대 공업발상지로 불렸던 탕산시는 35년전 대지진으로 도시의 90%가 파괴됐고 인구 100만명이 사망했을 정도로 초토화됐다. 지난해 쓰촨(四川) 대지진의 사망자가 10만명 수준이라는 점을 볼 때 어느 정도 피해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진도 화북경제권과 동북경제권을 연결하는 요충지로서의 역할을 앗아가진 못했다. 탕산은 베이징ㆍ톈진과 삼각축을 구성해 앞으로 완공될 고속열차를 타면 1시간내에 이들 도시와 왕복이 가능해진다. 탕산항이 중국 최대 항만이 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징탕(京塘)항과 차이페이뎬항을 한데 묶어 일컫는 탕산항은 화물처리량이 지난해 처음으로 1억톤을 넘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탕산항은 오는 2020년까지 5억톤, 궁극적으로는 8억톤까지 처리 능력을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부산항의 3배가 넘는 초대형 항만이 탄생하는 것이다. 탕산시는 예로부터 중국의 3대 철광석 매장도시로 불리면서 철강 생산량의 10%를 담당해왔다. 몇년전 난바오지역에서 매장량 10억톤 규모의 초대형 유전이 발견돼 호재도 잇따르고 있다. 풍부한 자원도 자랑거리다. 동부지역의 양식창고로 불리는 허베이성에 위치한데다 보하이만의 주요 어장과 원유, 소금의 집산지로 불린다. 석탄ㆍ천연가스ㆍ철광석 등 광물자원도 풍부하다. 탕산(唐山)=김동환 특파원 don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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