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경제지표 발표 속 호재 및 악재 혼재..균형잡힌 시각 절실
'젠가'. 몇년 전 보드게임 중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게임 중 하나다.
젠가는 작은 블록들을 건물모양으로 잘 쌓아 올린 후 하나씩 블록을 빼나가는 게임이다. 블록을 뺐을 때 쌓아올린 것이 무너지면 진다. 어릴 때 해수욕장에서 하던 모래 빼앗기 게임과 비슷한 원리다.
젠가 게임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바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나의 블록을 빼내도 전체 블록이 균형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이를 머릿속에 두고 어떤 블록을 뺄지 생각해야 한다.무작위로 이것저것 빼내다보면 균형이 깨지고, 블록이 무너져내리기 십상이다.
이는 주식시장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시장에는 호재와 악재가 골고루 뒤섞여 있지만, 이에 대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시장에 분포돼있는 '악재'들을 모두 빼버리려고 하면 탑은 무너지게 돼 있고, 마찬가지로 비관적인 시각만을 갖고 시장에 어엿하게 존재하는 '호재'를 폄하하려 애써도 탑은 결국 무너진다.
전날 증시에서도 호재와 악재가 나란히 연출됐다.
먼저 중국증시의 경우 4월 경제지표가 발표된 가운데 3월에 이어 경기회복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시그널이 등장했다. 고정자산 투자의 증가율 확대도 두드러졌다. 뚜렷한 호재다. 하지만 수출입은 여전히 위축된 수준을 이어갔고, 소매 판매 및 산업생산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소비자 물가 및 생산자 물가 역시 오히려 하락폭이 확대되기도 했다. 악재인 셈이다.
뉴욕증시에서 역시 소매지표가 예상을 뒤엎고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수의 하락을 이끌었다.
고용지표가 바닥을 통과하면서 소비 역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소비가 감소하는 등 여전히 일반인들의 체감경기가 위축돼있음을 암시했다. 주택지표에서도 호전되고 있다는 신호는 등장하지 않았다.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지만, 경기회복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따끔한 지적도 동시에 나오고 있는 셈이다.
강한 투자심리에 힘입어 연일 강세를 이어오던 코스피 지수가 1400선에서 멈칫하고 있다.
나올만한 뉴스는 다 나온 상황에서 어떤 뉴스를 기다려야 할지 고민하는 듯 하다. 이 상황에서는 호재가 등장한다면 강한 투자심리를 회복할 수 있지만, 이미 많이 올랐다는 부담감이 확산돼있는 만큼 악재가 나올 경우 일단 차익실현에 나서자는 움직임을 이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날 중국 및 미국 증시에서 돌발 악재가 돌출한 만큼 여느때보다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국인의 변심도 부담스럽다. 외국인은 전날 9거래일만에 매도세로 돌아섰다. 대만증시에서도 3거래일째 매도세를 지속하고 있고, 그 규모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은 국내증시와 대만증시에서 모두 4월 내내 공격적인 매수세를 보이며 비슷한 대응을 해온 바 있다. 대만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쉽게 지나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날은 5월 만기일이다.
이번 5월물 만기는 직전 4월 만기 이후 9000억원 이상의 매수차익잔고가 감소해 잔고상 부담은 크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지난 12일과 13일 매력적인 컨버젼 조건이 형성되며 매수차익잔고가 약 5000억원 증가했다. 이 물량이 이날 중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기대감의 확인 과정이 시작됐다. 기대감을 충족시키면 더 큰 기대감을 안겨줄 수 있지만, 이것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순식간에 실망감을 변하게 된다.
시장에는 호재와 악재가 항상 공존하다. 호재만 보고 기대감만 높인다면 실망감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어느 때보다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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