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유럽 車 득세…국내 브랜드 대응 시급
파아트·포르쉐·폭스바겐 등 유럽계 주도...도요타 등 아시아계 냉가슴
격변하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위한 세계 각국 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국내 업체들의 신속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을 호령해왔던 미국, 일본 업체들이 경제위기 한파에 휘청이는 가운데 유럽 브랜드의 합종연횡이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1~2년 안에 시장을 양분해 온 고급 및 대중브랜드가 동일 업체아래 융합돼 시너지를 본격적으로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현대ㆍ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의 대응이 미진한 만큼 주도권 쟁탈전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심상찮은 유럽 브랜드의 득세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 자동차 브랜드의 덩치 키우기는 프리미엄급 브랜드와 대중 브랜드를 융합시키는 전략으로 요약되고 있다.
실제로 독일 포르쉐는 지난 6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그룹을 합병하겠다고 발표했다. 포르쉐 지주회사인 포르쉐SE와 폭스바겐은 공동성명을 통해 산하 10개 브랜드를 총괄하는 통합 법인 설립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 아우디, 스코다, 벤틀리, 세아트, 람보르기니, 부가티 등 폭스바겐그룹 산하 9개 브랜드에 포르쉐 브랜드까지 완성차 모델 전 트림이 동일 프로세스로 세계 시장을 겨눌 수 있게 됐다.
프랑스 최대 완성차 메이커 피아트도 미국 크라이슬러와 GM 유럽사업 부문을 품에 안는 '빅 피아트' 작업을 진행하면서 향후 세계 시장 주도권 찾기에 나섰다.
피아트와 크라이슬러,GM의 시너지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피아트의 지난해 완성차 생산량은 200만대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크라이슬러와 GM 유럽 부문이 가세할 경우 850만대 규모로 도요타에 이어 2위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유럽 완성차 업체의 '볼륨 업' 전략의 노림수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림대 김필수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계 최고의 고급브랜드 포르쉐와 대중 이미지가 가장 강한 폭스바겐, 대중적인 이미지가 강한 크라이슬러와 명차 이미지의 피아트의 융합에는 공통점이 있다"며 "완성차 판매 경향이 고급과 대중화로 양분되는 시기에 두 부문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점을 유의깊게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현대ㆍ기아차 "내부 단속, 신시장 개척 시급"
이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합종연횡으로 대중차 시장점유율 높이기로 경쟁력을 높여왔던 현대ㆍ기아차의 전략 재정비가 시급해졌다.
유럽 통합 완성차 브랜드에서 앞으로 출시될 소형 세단이 글로벌 시장 압박을 높일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 시장에서도 크라이슬러 판매망을 통한 피아트 고급 세단 알파로메오 판매 등 시장 잠식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대ㆍ기아차가 중앙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신 시장 개척에 힘쓰면서 친환경차 개발에 보다 많은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화증권 용대인 자동차담당 애널리스트는 "올해 1분기 현대차의 수출 실적이 환율 효과 덕을 본 측면이 강했다"며 "시장 외적인 변수를 제거한 본질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판매 여력 확충에 힘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아차 소하리공장,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본격 가동되고 있는 혼류생산과 같은 유연한 생산시스템이 확실하게 정착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도요타에 비해 낮은 노동생산성, 과잉 생산설비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한 상태에서 선진적인 노사관계 구축이야말로 현대기아차의 향후 운명을 가를 최대 변수로 꼽고 있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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