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박소연 기자]빨래 안하고 사는 사람없다. 짬뽕국물, 커피얼룩 온갖 얼룩으로 더럽혀지고 구깃해진 우리의 빨래들. 그것은 우리들의 삶, 힘든 일주일을 여실히 보여준다. 뭘 먹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짐작케하는 그 빨래감들은 쉬는날까지 구석에 쳐박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주말이면 우리는 모두 빨고 말리고 다린다. '내 빨래는 누가 해준다'는 사람들은 반성과 함께 도전해 보라. 빨래는 더럽고 젖어 '무겁고 짐스럽다'가도, 깨끗이 빨아 햇살 아래 보송보송하게 마릴 때면 새로운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내 삶의 외피다.
뮤지컬 '빨래'는 서울 하늘아래 힘들지만 열심히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그린 수작이다.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냥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 27살 직장인 '나영'은 사장의 성추행 시도에도, 치솟는 서울의 방값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간다. 어느 날 서점의 사장이 동료를 부당하게 해고하고, 이를 참지 못한 '나영'은 사장과 맞서다 결국 자신도 해고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한 번 만 참지 왜 그랬냐"는 동료의 말에 "왜, 우리가 언제까지 참아야 되는데?"라고 맞받아 친다. 그런 그녀에게도 봄날같은 사랑이 찾아 왔으니. 몽골어로 '무지개'라는 이름의 청년 '솔롱고'다. 동생을 공부시키기 위해 한국에 와서 공장에 다니고 있는 순수청년 '솔롱고'는 불법 체류자인지라 월급이 밀려도, 지나가다 맞아도 할 말 못하면서 사는 답답한 신세다. '솔롱고'는 옥탑방에서 빨래를 널다 나영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달동네에서 집을 세놓아 먹고 사는 욕쟁이 주인할매는 세입자들에게 악착같이 돈을 받아낸다. '물값'에 '똥값'까지 따로 내라는 이 할매도 알고보면 한많은 착한사람. 홀로 장애인 딸을 부양해 온 지 40년, 그의 인생에서 남은 바람은 '딸보다 오래살았으면'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철따라 애인 바뀌는 곰살맞은 희정엄마를 비롯한 친근한 이웃들의 삶의 모습이 억척스럽기도 정겹기도 하다. 극의 하이라이트는 욕쟁이 주인할매와 옆집 희정엄마가 삶에 지친 '나영'을 위로하며 빨래하는 장면."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깨끗해지고 잘 말라서 기분 좋은 나를 걸치고 하고 싶은 일 하는 거야♬"서울살이, 인생살이의 힘겨움을 커다란 고무다라이(?)에 뭉텅뭉텅 담아 힘껏 밟아도 주고, 비누방울을 날리며 춤도 추고, 탈탈털어 볕에 말리는 한바탕 신나는 '빨래'가 끝나면 새 삶의 희망이 돋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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