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인 외국인 교수 '黑'으로 그리다

벽안(碧眼)의 독일인 교수의 수목화 사랑 눈길

파란 눈을 가진 백인 독일인 교수의 '수묵화 사랑'이 눈길을 끈다. 이 교수는 12년간 충남대에서 독일어를 가르치고 있는 독일인 알브레히트 후버(52·사진)씨. 후버 교수는 30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충남대 박물관 영탑홀에서 ‘정신의 나라를 향하여-철학적 풍경’이란 주제로 문인화개인전을 갖는다. 개인전엔 우리나라 자연과 서양의 신화를 한국적으로 해석한 작품 등 묵화 26점이 전시된다. 후버 교수가 동양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인문학을 전공했지만 미술대 진학을 꿈꿨을 정도로 그림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대학을 다닐 때 한국인으로부터 붓, 먹, 벼루 등을 선물 받으며 묵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뒤 1997년 충남대 초빙교원으로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은 뒤 우연히 들른 대전시내의 전통필방에서 붓, 벼루, 한지를 접한 뒤 묵화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는 그 때를 “인생에서 놓칠 수 없는 보물과 맞닥뜨렸던 순간”으로 기억한다. 스스로 묵화를 익혔지만 서양의 회화기법과는 다른 묵화의 운필법은 그에게 매우 매력적이었고 붓이 손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화첩이나 전시회를 통해 김홍도, 정선, 변관식, 조평휘와 같은 화가들의 전통산수화를 만나며 붓과 먹만으로 풍경과 인간의 정신세계를 표현해내는 묵화의 깊은 매력에 빠져들었다는 것. 중학교 미술교사인 한국인 부인과 조치원에서 살고 있는 후버 교수는 우리나라 시골풍경에서 작품활동의 영감을 얻는다. 낮시간 동안의 영감을 통해 ‘구름’을 만들고 저녁시간에 ‘번개’를 내리듯 그림을 그린다. 서양화를 전공한 아내는 가장 냉철한 비평가로 후버 교수의 작품활동을 돕는다. 후버 교수에게 한국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이상적 풍경이다. 묵화는 최소한의 수단인 붓, 먹, 종이만으로 넓은 세계를 포착하는 큰 힘이 있다. 한국에서 수묵화를 그릴 수 있어 ‘정신의 나라’를 찾을 때까지 그림을 계속 그려나갈 생각이다. 후버 교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한국만큼 다양하고 변화무쌍하며 시적인 풍경을 직접 바라볼 수 있는 곳은 없다”면서 “아마추어로 그린 그림이지만 한국의 문인화는 내 자신 속에서 행복을 찾는 기쁨을 줬다”고 말했다. 노형일 기자 gogonhi@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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