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저격수’로 총대를 맨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국제금융기구 개편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8일 저우 총재는 지난 27일부터 5일간 일정으로 남미의 콜롬비아에서 열리고 있는 미주개발은행(IDB) 총회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갖고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금융개혁에 박차를 가해야한다"며 "국제금융기구의 규제조치 등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신화통신 등 중국언론들이 30일 일제히 보도했다.
중국의 서방을 향한 이같은 공세는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이어 연타를 퍼부은 것으로 일주일전 후샤오롄(胡曉煉)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가 발언한 내용이기도 하다.
저우 총재가 개혁 대상으로 꼽은 국제금융기구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이며 저우 총재는 "이들에 대한 개혁논의가 내달 2일 런던에서 열리는 G20 금융정상회의에서 화두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우 총재는 "그동안 글로벌 공조를 통해 우선적으로 위기 진화에 나섰다면 금융개혁이 (글로벌 공조의) 두번째 작업이 돼야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금융기구들의 규제 강화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서방의 금융감독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들이 처한 환경에 맞는 금융감독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누누히 해왔다.
개도국들이 각자의 고유한 시장 및 금융상황을 고려한다면 현재 전세계에 걸쳐 통용되는 선진국 위주의 서구식 금융감독시스템을 무조건 도입해서는 안된다는 게 요지다.
게다가 서구식 느슨한 규제가 최근 금융위기를 불러왔다는 점도 지적된다.
중국 언론들은 "시장주의자들은 시장 스스로 치유능력이 있다는 신념이 강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지난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금융시장의 탈규제 방식이 금융위기의 주범 가운데 하나"라고 비난하고 있다.
G20 금융회의를 앞두고 저우 총재의 이번 발언 시기와 더불어 장소 또한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IDB 총회가 열리고 있는 남미지역은 친중국 세력이 몰려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연초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이 자원외교를 벌인 지역이 아프리카와 남미다.
중국은 브라질 등과 원유공동개발 및 자금지원 등에 서명하기도 했다.
중국이 지난해 남미지역에 투자한 직접투자액은 240억달러에 달하며 무역액은 1400억달러를 넘는다. 전년에 비해 40%나 증가한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현지 발언을 통해 남미국가들의 등을 업어 힘을 싣겠다는 포석이다.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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