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일별 거래동향
"그들이 돌아왔다?"
기축년 새해 증시가 '외국인 순매수' 바람으로 들썩이고 있다. 외국인의 귀환에 힘입어 지난 7일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0월22일 이후 처음으로 1200포인트를 상향 돌파하는 등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지난 2년간 외국인투자가가 순매수를 기록했던 달은 불과 6번이었던 것을 고려할 때 최근 이들의 순매수 행진은 국내 증시에선 단연 최대 화두다.
그러나 외국인의 귀환을 마냥 희망적인 요소로만은 볼 수 없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를 숏커버링(공매도에 따른 주식 되사기)으로 보기보다 포트폴리오 재조정으로 봐야한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 8일 오전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매도·매수세를 반복하는 등 속도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외국인의 국내증시 귀환 '조정차원'=연초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는 외국인들의 순매수는 지난 연말 과도하게 줄인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이머징시장에 대한 비중을 최소화했던 외국인들이 비중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가는 "글로벌 펀드의 경우 연말이나 연초에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 차원에서 지나치게 비중을 줄인 국가나 업종에 대해서는 부분 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 고객의 반응과 최근 매매패턴을 볼 때 연초 외국인 순매수는 글로벌 또는 롱(Long)펀드에서 자주 발생하는 포트폴리오 조정"이라고 말했다.
김진호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도 "국내증시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가 반등을 보이고 있으나 이는 한쪽 방향으로의 과도한움직임에 대한 반작용의 성격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 외국인증권사 관계자도 "지난해 시장이 불안해 일단 팔아놓고 보는 매매가 많았으나 글로벌 저금리에, 시장에 특별한 일도 생기지 않았고, 특히 한국을 비중축소해놨다가 다시 중립화해 가는 과정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김형렬 NH투자증권 스트래지스트는 외국인 매수세에 대해 "글로벌 투자가들이 한국정부의 능동적 대응과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외국인 매수 확대의 의미를 포지션 정리과정의 대차상환으로 축소할 필요는 없다"고 다소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시가총액 상위주 추가상승세 탈 듯= 외국인들이 연속 매수우위를 나타냈던 6거래일간 순매수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3281억원)를 필두로 POSCO(2016억원), LG전자(1315억원), 한국전력(1015억원), 현대차(947억원), KB금융(841억원) 등 순으로 대표주를 골고루 사들이면서 업종을 사는 게 아니라 시장 자체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외국인 추가적인 매수는 시가총액 상위업종에 집중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제시했다. 전기전자와 철강금속, 전력, 자동차, 은행 등의 대표주를 골고루 사들이면서 업종을 사는 게 아니라 시장 자체를 사들있다는 판단이다.
송경근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아직 시세를 분출하지 못한 종목 혹은 업종별 접근 보다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진단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도 "지난달 이후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업종을 보면 전기전자, 철강ㆍ금속, 운수장비, 유통 업종 등 시가총액 상위업종 위주로 매수하고 있다"며 이들 업종 중 지난달 이후 코스피 대비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추가 매수세 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연초 외국인 총 순매수 금액의 절반 가까이가 IT 업종에 집중된 것도 두드러지는 것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4거래일간 외국인의 IT 업종 매수 비율이 42%를 차지했다"며 "IT 업종은 지난 해 하반기 실적 하향 조정의 막바지 대열에 합류하며 시장수익률을 하회, 낙폭과대 매력이 부각됐으며 최근 D램 현물가격 반등도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향후 대규모 매도세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외국인증권사 관계자는 "대규모 매도세는 멈춘 것으로 보이고, 교체매매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조언했다.
김진호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매수세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며 "연초에 불어온 훈풍의 하나로, 반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우호적인 제반 가격변수들과 같은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판단"이라고 당부했다.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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