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여행만리]당신은 지금 어느 계절에 살고 있나요?
기사입력 2018.09.05 11:00최종수정 2018.09.05 11:00 사진부 여행전문 조용준기자
제주로 떠나는 색다른 여정-\'나만의 가을\' 첫 페이지 채운다, 책방, 북카페 순례
'질문하는 서점'으로 통하는 인공위성제주는 창고로 쓰였던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책방으로 운영하고 있다. 책방 한 쪽 벽면에 붙은 '당신은 지금 어느 계절에 살고 있나요'란 질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주 독립서점 1호인 소심한 책방앞 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고 있는 여행객의 모습이 아름답다

소심한 책방



풍미독서 창밖으로 제주의 돌담이 펼쳐진다



유람위드북스

성경속 노아의 방주에 착안해 건축한 방주교회

돈가스맛도 일품이지만 주인장의 친절함이 더 인상 깊은 데미안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우리나라 최고의 여행지를 꼽는다면 단연 제주도입니다. 사계절 빼어난 자연 환경과 다양한 테마의 미술관, 박물관은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 자리한 멋진 카페와 음식점들은 또 어떤가요. 가을의 시작인 9월, 뒤늦은 휴가나 제주 여행을 꿈꾼다면 근래 제주도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색다른 여정을 권해봅니다. 여행 중 잠시 짬을 내도 좋고 오롯이 집중해도 좋은 곳입니다. 바로 독립서점과 북카페입니다. 서점만큼 인간의 심성이 그토록 약해지는 곳이 어디 있는가? 라는 헨리 워드 비처의 말처럼 사람들은 책 앞에서 무너지기도 하고 훌훌 털고 일어서기도 합니다. 책방에 진열된 다양한 이야기들은 우리가 삶에 대해 가졌던 질문들에 답을 갖고 있습니다. 이처럼 책방여정은 폭죽을 한꺼번에 쏘아 올린 불꽃놀이처럼 순간의 강렬함은 덜하겠지만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극적이지 않은 마음을 채우는 여행으로 그만입니다. 작은 책방에서 만난 '당신은 지금 어느 계절을 살고 있나요'란 질문도 멋있지만 가을 햇살이 드는 창가에서 책 읽기에 빠져 있는 여행객의 모습은 더 멋있어 보였습니다. 제주=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동네 책방은 요즘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 이른바 '핫스폿'이다. 제주에만 여행자를 겨냥한 작은 책방이 40여 곳에 달한다. 책을 꽂아두고 커피나 디저트를 파는 북카페나 숙박을 겸하는 북 스테이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훨씬 많다.

가을이 시작됐다. 태풍이 지나간 제주는 곳곳에 상처를 남겼지만 하늘과 바다는 어느 때보다 푸르고 맑다. 둥실 떠가는 구름을 따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로 간다. 낮은 돌담길을 구석구석 돌아 아기자기한 가게와 마주했다. '소심한 책방'이다. 옛날 집 형태가 그대로 남은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들려오는 음악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은은한 조명 아래 책꽂이를 가득 채운 책이 왠지 낯설면서도 잘 어울린다. 방문객들은 책 고르기에 열중이다. 누구는 의자에 앉아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다.

'소심한 책방'은 제주도의 독립서점 1호다. 애서가들 사이에선 수년 전부터 '성지순례'코스로 알려질 만큼 전국적인 명소다. 서점이라기보다는 마치 동네슈퍼 같은 공간에는 소심한 책방의 특별함이 가득하다.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여느 동네서점과 달리 베스트셀러에서 부터 독립출판물, 어린이 책, 제주관련 잡지 등 스펙트럼이 꽤 넓다.

또 지역 예술가들과 '콜라보'한 엽서와 문구류, 소품도 눈에 띈다. 소심한 책방이 입소문이 나면서 주변에는 방문객들을 겨냥한 커피숍, 식당, 게스트하우스 등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에 자리한 '인공위성제주'는 '질문하는 서점'으로 통한다. 책장보다 책을 읽거나 쉴 수 있는 카페가 중심이다. 그럼에도 '질문하는 서점'이라는 콘셉트가 호기심을 자아낸다. 인공위성 제주의 책들은 표지가 흰색 종이로 싸여 있어 제목을 알 수 없다. 대신 각각의 질문이 새겨 있다. 책을 기부한 사람이 던진 질문이다. 이를 위해서 서점은 고객과 1대 1로 이메일이나 인터뷰를 통해 책의 내용을 충실하게 파악한다. 그리고 이 결과물을 다른 고객들을 위한 유용한 독서의 길라잡이로 활용한다.

'당신은 지금 어느 계절에 살고 있나요'. 창고로 쓰였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공간의 불빛 아래에서 책 읽기에 빠져 있는 여행객들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제주에서 접한 '예기치 못한' 질문은 새삼 여행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밀양에서 왔다는 한 여행객은 "한 달 동안 제주를 여행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북카페나 책방 투어로 마음을 채우고 있다."고 했다.

인공위성 제주로 가는 길 중간에 추사 김정희의 자취가 있다. 그가 유배 와서 머물던 적거지와 건축가 승효상이 지은 제주추사관이다. 추사의 글씨가 남은 대정향교도 멀지 않은데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장소다. 책 한 권 읽으며 머물기에 좋다.

또 다른 곳으로 간다. 제주시 한경면에 있는 '유람위드북스'다. 찾아가는 길은 이런 곳에 북카페가 있을까 싶은 길을 차는 달린다. 너무도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사뭇 평범해 보이는 외관인데 문을 열면 입이 쩍 벌어진다. 좌우 복층 형식의 실내가 소설, 만화책, 디자인책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쥐죽은 듯 책장 넘어가는 소리만 들리는 적막함에 더 놀랐다.

자리도 여러 가지 스타일이다. 그냥 테이블로 이어진 1인석이 있고 마루에 꾸며진 전망 좋은 곳도 있다. 2층에는 다락방 느낌을 잘 살렸다. 여기선 가장 먼저 나가는 자리는 1인석이다. 혼자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것도 있지만 커피 한 잔을 놓고 조용하게 책을 보려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유람위드북스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마루방은 가장 늦게 손님이 찬다. 벽 곳곳에 새겨진 문구는 가슴을 제대로 울리지만 무엇보다 시간제한 없이 종일 책을 봐도 주인장의 눈치는 전혀 없다.

유람위드북스의 나와 도로를 건너면 '데미안' 이란 이름의 돈가스집이 있다. 제주맛집으로 꽤 이름이 난 곳이다. 재료가 떨어지면 언제라도 영업을 끝낸다. 젊은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은 돈가스맛도 좋지만 뭐니 해도 주인장 부부의 친절함이 더 아름다운곳이다.

이외에도 전통 돌집을 개조해 옛 가정집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구좌읍 '월정리 책다방', 북카페지기가 책을 추천해주는 한림읍 '달리책방', 방파제와 바다를 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탑동 '에이팩토리' 등도 들러볼만 하다.

이왕 저자극 여정을 떠난길이라면 색다른 조용함이 있는 방주교회도 들러보자. 애월읍에서 서귀포 방향으로 고개를 틀어 내려오다 보면 방주교회를 만난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재일교포 이타미 준의 작품으로 교회 양옆으로 연못이 있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타미 준이 성경 속 노아의 방주에 착안해 건축한 방주교회는 지난 2010년 한국건축가협회 대상을 수상했다.

이 아름다운 건축물은 실제 교회여서 관광객은 정해진 개방 시간에만 들어가 볼 수 있다. 개방 시간에 맞추지 못해도 방주교회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주변에 잘 조성된 정원까지 어떤 각도에서 찍어도 작품 사진이다. 교회 맞은편엔 카페도 있다. 방주교회 근처엔 역시 이타미 준이 설계한 포도호텔과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본태박물관도 있다.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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