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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발량이]임윤찬 인터뷰와 '어쩔수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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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정확히 10년 전 이맘때 수많은 클래식 음악 콩쿠르 중에서도 독보적 권위를 자랑하는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연주자로 발돋움했다. 그런 조성진조차 콩쿠르라는 치열한 경쟁 무대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모양이다. 조성진은 우승 소감에서 "다시는 콩쿠르에 나가지 않아도 돼 기쁘다"고 했다. 조성진은 또 어느 인터뷰에서 쇼팽 콩쿠르에 다시 나가는 악몽을 꾸기도 한다고 했다. 많은 연주자의 경력이 콩쿠르 입상으로 시작되고 유독 한국 연주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콩쿠르에 시달린다고 알려져 있다.


조성진과 함께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한국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두 달 전 이탈리아 언론과 한 인터뷰가 최근 화제다. 한국에서의 음악 공부가 힘들었다며 언급한 '지옥' '죽음' 등의 자극적인 단어가 부각되며 국내에서 뒤늦게 주목받는 것으로 보이는데 임윤찬이 말하고 싶었던 핵심은 한국의 치열한 경쟁 문화인 것으로 보인다.


한 클래식 음악 평론가는 "임윤찬의 평소 연주 스타일이 굉장히 자유분방하고 솔직한 편"이라며 "외국 언론과 인터뷰여서인지 연주 때처럼 너무 자유롭고 솔직했다는 점이 문제인데 사실 틀린 말은 없다"고 했다. 그는 "후배들은 너무 경쟁에 몰리지 않고 여러 가지 배려를 좀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죽 답답했으면 저렇게 말했을까 싶어 짠한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짜발량이]임윤찬 인터뷰와 '어쩔수가없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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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 문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새삼스럽지는 않다. 한편으로 경쟁이 우리나라가 빠르게 발전하는 동력이 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다만 성장의 동력이라는 인식 때문에 과도한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묻히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24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의미심장한 블랙 코미디로 보인다. 실직한 주인공 유만수(이병헌 분)는 재취업을 위해 너무나도 익숙해진 경쟁 구조에 저항하기보다 차라리 경쟁 상대를 살해하는 쪽을 선택한다. 불편하다 싶을 정도로 과잉스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한편으로 오죽 답답했으면 저럴까 싶어 짠하다.


애덤 스미스는 이기심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증진한다고 봤다. 하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이익 증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나친 경쟁의 자제를 강조한 셈이다. 스미스는 이기적인 행동이 사회 질서를 해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감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만수가 경쟁 상대를 죽일 때마다 눈을 질끈 감는 등 어설픈 모습을 보이는 장면에서 그에게 공감 능력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만수는 경쟁을 강요하는 자본주의라는 사회구조 속에서 나도 어쩔 수가 없다고 항변하며 결국 살인을 저지른다.


관객의 평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상황에서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의 전작 '헤어질 결심'의 흥행 성적(190만명)을 넘어 3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올해 300만명 돌파 영화는 현재까지 여섯 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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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극단적 경쟁의 부정적 단면이 아닐까 싶은 장면들이 여럿 있다. 상상할 수도 없는 막말과 추태를 일삼는 국회의원들을 볼 때마다 '저 사람들도 살벌한 다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를 죽여야 하는 사람들이지'라는 생각이 든다. 천문학적으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에는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의 '그동안 고생했는데 이 정도는 누려야지'라는 보상심리도 반영돼 있지 않을까.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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