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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심 벽 못 넘고 '눈물의 손절'…500억 투자금 90% 잃은 롯데네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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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기술료 408억 선지급, 남은 257억 손실 처리
한국 커피믹스 공략 실패, 주주에 마지막 배당 104억

롯데와 네슬레가 손을 잡고 출범했던 합작사 롯데네슬레코리아가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2014년 출범 당시 '글로벌 식품 공룡'과 '국내 유통 강자'가 만났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 인스턴트커피 시장의 높은 벽을 끝내 넘지 못하고 11년 만에 적자와 함께 막을 내리게 됐다.


주주들이 납입한 자본금과 자본잉여금 합계 1530억원 가운데 무려 1353억원이 소진됐다. 장부상 남은 금액은 175억원. 회사는 이 가운데 104억원을 '마지막 배당'이라는 이름으로 주주에게 환원했다. 지분은 롯데웰푸드와 네슬레가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맥심 벽 못 넘고 '눈물의 손절'…500억 투자금 90% 잃은 롯데네슬레 [사진=롯데네슬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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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네슬레코리아는 지난 5월 무상감자를 단행했다. 회사 측은 "무상감자는 주주에게 금전적 대가가 지급되지 않으며 자본잠식을 해소하고 주주 배당을 시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감자 규모는 전례 없이 컸다. 발행주식은 보통주 526만8312주에서 단숨에 1만주로 줄었고, 자본금은 528억원에서 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감자 비율은 99.81%에 달한다.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수는 사실상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지분율은 변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절차를 밟은 이유는 상법상 결손금이 있으면 배당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롯데네슬레코리아의 경우 기존 결손금 723억원과 올해 상반기 당기순손실 630억원이 더해져 총 1353억원 적자가 누적됐다.


상반기 순손실 630억원은 단순 영업적자와 성격이 다르다. 회사가 청산을 전제로 회계를 작성하면서 퇴직급여, 청산 비용, 자산 손상차손 등을 한 번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납입자본 1530억원에서 이를 상계하자 남은 금액은 175억원이다.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을 줄이고 적자를 털어낸 결과 장부상 결손금은 0원이 됐다.


남은 175억원은 이익잉여금으로 잡혔고, 이 중 104억원이 즉시 배당으로 확정됐다. 이번 배당은 영업활동으로 거둔 이익이 아니다. 주주가 과거 낸 자본을 줄이고, 그 과정에서 남은 일부를 돌려받은 것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주주가 본인 돈으로 회사 적자를 메우고, 남은 돈을 나눠 가진 구조"라며 "재무제표를 깨끗하게 만든 뒤 배당이라는 형식으로 일부를 현금화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맥심 벽 못 넘고 '눈물의 손절'…500억 투자금 90% 잃은 롯데네슬레

롯데네슬레코리아의 뿌리는 네슬레 한국 법인이다. 네슬레는 당초 단독 법인을 운영하다 2014년 롯데푸드(현 롯데웰푸드)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합작사로 전환됐다. 당시 롯데는 513억원을 신규 투입했고, 네슬레는 기존 자본을 내세워 50 대 50 구조가 만들어졌다.


출범 당시 장부상 투자 지분 평가액은 600억원을 웃돌았지만 적자가 이어지면서 올해 반기 기준 168억원으로 줄었다. 재무구조가 악화한 탓에 투자금 회수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출범 당시 롯데네슬레코리아는 스위스 본사와 기술도입 계약을 맺으며 30년간 낼 로열티의 절반에 해당하는 408억원을 선지급했다. 브랜드와 기술 사용 대가였다. 그러나 청산 절차에서 이 중 257억원은 회수하지 못하고 청산 손실로 처리됐다. 본사로 빠져나간 돈이 결국 돌아오지 못한 셈이다.


롯데네슬레코리아는 네스카페 인스턴트커피, 커피믹스, 초콜릿·과일 분말음료, 펫푸드 등 다양한 제품을 앞세워 공격적인 확장을 시도했다. 네슬레는 롯데의 유통망을 활용해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렸고, 롯데는 네슬레의 제품력을 바탕으로 커피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복안이었다.

맥심 벽 못 넘고 '눈물의 손절'…500억 투자금 90% 잃은 롯데네슬레

그러나 시장은 냉정했다. 한국 인스턴트커피 시장은 '동서식품의 철옹성'이 버텼다. 시장조사 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커피믹스 점유율은 동서식품이 90.8%로 압도적 1위였다. 남양유업이 5.6%로 뒤를 이었고, 롯데 네슬레코리아는 1.5%에 머물렀다. 인스턴트커피 시장 역시 동서식품(75%), 네슬레(19.1%), 남양유업(0.1%) 순이었다.


실적도 제자리걸음이다. 매출액은 2014년 2844억원에서 지난해 2569억원으로 줄었다. 합작 이후 5년간 적자가 지속되다 2019년에서야 34억원 흑자로 돌아섰지만, 이미 누적 결손금은 70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10억원까지 늘었지만 '적자의 그림자'를 없애기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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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업계 관계자는 "한국 인스턴트커피 시장은 브랜드 충성도와 소비 습관이 강해 후발주자의 돌파구가 쉽지 않다"며 "롯데네슬레코리아의 청산은 시장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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