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알 권리 빼앗고 민주주의 흔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정부 기관의 웹페이지가 대거 사라지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기후 위기나 미 의사당 폭동 사건 등 내용을 포함해 약 90개 정부 기관의 웹사이트에서 1000여건의 웹페이지를 열람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는 미국 정권 교체 시마다 정부 기관 웹사이트 URL을 보존하는 프로젝트인 '엔드 오브 텀 웹 아카이브(EOT)'의 데이터를 검토해 이같이 밝혔다.
EOT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후로 정부 기관 웹페이지 약 1만건의 URL을 확보했다. 3월 말 웹페이지를 확인해보니 이 중 1000페이지 이상이 삭제돼있었다. 닛케이는 "이번 조사 대상은 정부 기관 홈페이지의 일부로, 빙산의 일각이다"이라고 했다.
삭제된 페이지에는 기후 위기 대책이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2021년 1월 6일 의사당 폭동 사건 내용 등이 포함됐다. 또 정부효율부(DOGE)에서 폐쇄한 미 국제개발처(USAID) 홈페이지도 사라졌다.
예컨대 미 국방부는 공군 홈페이지에서 히스패닉계와 원주민 관련 이미지를 삭제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슈퍼 조지타운대 교수는 "인종을 이유로 삭제하면 시민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 직후 1·6 의사당 폭동으로 기소된 1500여명에게 사면을 내렸다. 일주일 뒤 피고들의 이름 등이 기재돼있던 법무부의 이 사건 관련 페이지는 사라졌다.
젠더 문제도 표적이 됐다. 성 소수자 관련 페이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새로 쓰인데다 3월 말에는 페이지 자체를 열람할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별만 인정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 같은 웹페이지 삭제 규모는 이례적이다. 2021년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취임 초기 같은 기간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3900건의 웹페이지 중 삭제된 것은 120건에 불과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웹페이지 삭제 비율은 바이든 행정부의 약 3배, 삭제 건수는 8배에 달한다.
EOT를 운영하는 제임스 제이콥스는 "정권이 공개 정보를 이렇게 의도적으로 삭제하는 것은 과거 유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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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는 공공 정보 삭제는 국민의 알 권리를 빼앗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고 지적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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