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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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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플레이 친환경 내한공연
K팝 종주국에 던지는 메시지

[기자수첩]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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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생수 반입 안 됩니다. 가방에 음식 없으시죠?"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콘서트 취재차 향한 고양종합운동장. 입구에서는 보안 검색이 한창이었다.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은 금지됐고, 재사용 물병만 허용됐다. 무대 위의 콜드플레이 멤버들도 텀블러에 담긴 물을 마셨다. 공연장 주변에는 대형 생수통이 설치된 '워터 스테이션'이 운영됐고, 멸균 종이팩에 담긴 물도 판매됐다.


입장 시 LED 손목 밴드(자이로 밴드)가 나눠졌고, 공연 후 반납해 달라는 안내가 이어졌다. 이 밴드는 식물성 자연 분해 소재로 제작돼 다음 공연에 재사용된다고 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밴드는 음악에 맞춰 다양한 색으로 빛났고, '옐로우(Yellow)' 무대에서는 노란색,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무대에서는 무지개색으로 반짝이며 관객의 몰입을 더 했다. 아이돌 콘서트의 5만원짜리 응원봉 못지않은 존재감이었다.


전광판에는 티켓 수익 일부가 산림 복원과 해양 정화 등에 사용된다는 안내 문구가 떴고, 스탠딩석에는 관객이 뛰거나 자전거 페달을 돌리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됐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공연 곳곳에 녹아 있었다.


가수와 스태프의 이동, 팬 상품인 '굿즈' 제작, 무대 설치 등 공연의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콜드플레이는 2019년 영국에서만 음악 공연으로 온실가스가 매년 400만t이 발생한다는 사실에 충격받아 6000억원 수익의 월드투어를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방법을 고안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K팝 산업에도 큰 시사점을 던진다. K팝 콘서트가 끝나면 공연장을 가득 메운 페트병, 응원봉 포장지 등 쓰레기는 말 그대로 산더미다. 특히 콘서트 때마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출시되는 응원봉은 '예쁜 쓰레기'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CD 사재기도 문제다. 팬들은 원하는 멤버의 포토 카드를 얻기 위해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하고, 나머지는 폐기하는 일이 반복된다.


지난해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음반 기획사가 앨범·포장재·굿즈 등을 생산하면서 사용한 플라스틱 양은 2019년 573t에서 2023년 2264t으로 약 4배 가까이 증가했다.


K팝 팬들은 지난 16일 미국에서 열린 '글로벌 음악 산업 기후 서밋'에서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No KPOP on a Dead Planet)"고 외치며 문제를 직접 지적했다. K팝의 주요 소비층인 '젠지'(1990년대 중반~2010년대생)는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세대다. 이들에게 환경 파괴적인 마케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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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연예 기획사들이 이 문제를 외면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그로 인해 얻는 수익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K팝 산업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은 부끄러운 이면이다. 콜드플레이의 친환경 콘서트가 'K팝 종주국'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를 이제는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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