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물 금리 8bp 상승…10년물 6bp ↑
트럼프, 파월 "패배자" 칭하며 금리인하 압박
통화정책 독립성 침해 우려…달러도 하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파월 흔들기'에 나서며 투자자들이 세계 최고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에서 이탈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하며 공격을 이어가자, 통화당국의 독립성과 미 경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투자자들이 장기물 중심으로 미 국채를 팔아치우는 양상이다. 미 달러화도 하락세다.
21일(현지시간) 글로벌 채권 시장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 오후 2시39분 기준으로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보다 8bp(1bp=0.01%포인트) 뛴 4.89%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6bp 오른 4.39%에서 움직이고 있다.
반면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일 보다 6bp 하락한 3.73%를 기록 중이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장기물을 중심으로 한 국채 금리 상승은 투자자들이 만기가 긴 국채를 팔아치우고 있다는 의미다. 미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중장기 전망과 신뢰가 흔들린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흔들기'가 국채 매도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이날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을 통해 파월 의장을 '패배자',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너무 늦는 남자)'라고 공격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주요 패배자인 미스터 투 레이트가 지금 당장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면 경제가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내가 그를 아웃(out)시키고 싶다면 그는 정말로 빨리 쫓겨날 것"이라고 해임을 언급한 뒤 나흘 만에 또 다시 파월 의장이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트럼프 행정부 참모진도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8일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은 그 문제를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까지 파월 의장 해임을 논의했으며 케빈 워시 전 Fed 위원을 후임으로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Fed 독립성 침해 우려로 미국 자산에 대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며 주식, 국채뿐 아니라 달러 가격도 약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전거래일 보다 1.08% 하락한 98.06을 기록 중이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통화정책에 대한 독립성 침해가 지속되면 미 국채와 주식, 달러 투매가 가속화되며 금융 시장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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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글로벌 정책·중앙은행 전략팀 총괄은 "만약 실제로 Fed 의장을 해임하려 한다면 채권 금리 상승, 달러 하락, 주식 매도 등 시장에서 심각한 반발이 예상된다"며 "정부가 실제로 그런 일을 하려고 한다는 걸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Fed의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면, Fed가 인하할 수 있는 기준을 높이는 것이 된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금리 인하 압박이 오히려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지켜야 할 Fed가 금리 인하에 소극적으로 나서도록 할 수 있다는 경고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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