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카드사로부터 수천만 원을 대출받아 '돌려막기'한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출 과정에 '사람을 속이는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3월 27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4도18441).
[사실 관계]
A씨는 2022년 6월 현대카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연 18.5% 금리 27개월 상환 조건으로 1850만 원을 대출받았다. 이후 같은 날 여러 카드사 앱을 통해 총 1억3610만 원의 대출을 받았다. 카드사 간 대출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A씨는 거래처 대금과 사채 등 2억 원, 지인 채무 1억 원 등 총 3억 원에 가까운 채무를 안고 있었다. 월 카드대출 원리금도 월수입을 초과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A씨는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하고 연체를 지속하다 그해 10월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쟁점]
갚을 의사가 없으면서도 카드사 앱을 통해 대출을 받아 돌려막기한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하급심 판단]
1심과 항소심은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이미 과다한 부채의 누적 등으로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대출금채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를 사용했다면 사기죄에 있어서 기망행위 내지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인이 편취의 범의로 이 사건 대출을 신청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사기죄 성립에 관한 사실오인 및 법리 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형법 제347조 사기죄의 성립요건인 기망행위는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경우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들로부터 카드론 대출을 받기 위해 휴대전화에 설치된 피해자 회사들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자금용도, 보유자산, 연소득정보, 부채정보, 연소득 대비 고정 지출, 신용점수 등을 입력한 데 따라 대출이 전산상 자동적으로 처리돼 송금받을 계좌로 대출금이 송금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그 대출 신청을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에 피해자 회사들의 직원이 대출 신청을 확인하거나 대출금을 송금하는 등으로 개입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피고인이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피해자 회사들의 직원 등 사람을 기망했다고 볼 수 없어, 피고인의 공소사실 행위는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를 수반하지 않으므로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할 것"이라며 "원심은 유죄로 판단한 1심을 그대로 유지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기죄에서 기망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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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명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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