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없는 RSV, 예방접종 중요성 커져
고령자는 면역 노화로 백신 효과 떨어져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4월 마지막 주로 정한 '세계예방접종주간'이 시작된 가운데 고령층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와 고용량 독감 백신 접종을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예방접종주간은 이날부터 25일까지다. 질병청은 '표준 예방접종 일정'을 통해 성인에게 ▲인플루엔자 ▲파상풍 ▲백일해 ▲디프테리아 ▲폐렴구균 ▲A형간염 ▲B형간염 ▲수막구균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수두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풍진 ▲사람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증 ▲대상포진 등에 대한 예방접종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이들 예방접종 외에도 RSV와 고용량 독감 백신도 접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RSV 감염증은 뉴모비리데리과에 속하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다. 독감, 코로나19와 함께 4급 법정감염병에 속한다. RSV 감염증은 독감만큼 전염성이 강하고, 특히 고위험군에선 폐렴 등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
60세 이상 고령자는 RSV 감염증의 대표적인 고위험군 중 하나다. 국내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RSV 감염증 환자의 약 65%는 65세 이상이었으며, 그중 25%가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또 56.8%의 환자가 폐렴으로 확인됐고, 10.6%는 병원에서 사망했다. 60세 이상 환자의 47.9%가 RSV 진단 후 평균 한 달 이내 1개 이상의 합병증을 경험했는데,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 폐렴(24%), 만성 호흡기 질환(23.6%), 저산소증 또는 호흡곤란(22%) 등이 나타났다.
RSV는 아직 감기와 같이 특이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예방 접종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 RSV 백신인 GSK의 '아렉스비'를 60세 이상 성인에서 RSV에 의한 하기도 질환(LRTD) 예방을 목적으로 허가했다.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렉스비의 RSV 감염증 예방 효과는 82.6%, 기저질환이 1개 이상 있는 환자군의 중증 RSV-LRTD(RSV로 인한 하기도 질환) 예방 효과는 94.6%로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박완범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에서 RSV 감염증의 위험성을 고려할 때, 사전 예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RSV 백신은 최근 연구에서 고위험군에서 RSV 감염증의 예방효과를 확인했다. 국제 가이드라인도 60세 이상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RSV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감 백신 또한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기존 백신이 아닌 고용량 독감 백신을 접종받는 것이 좋다. 고령층이 독감에 걸릴 경우 폐렴, 심혈관질환 등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입원 및 사망 위험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고령자는 면역 노화가 진행되며 외부 병원균에 대한 방어 능력이 떨어지고 백신을 맞아도 항체 생성이 적거나 유지 기간이 짧아진다. 실제 젊은 성인의 독감 백신 예방 효과는 70~90%이지만, 65세 이상에서는 17~53%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고령층 대상 고용량 독감 백신은 사노피의 '에플루엘다'가 대표적이다.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특화된 백신으로, 표준 용량 불활화 백신 대비 항원이 4배에 달한다. 또 백신 접종 시 독감으로 인한 입원율과 폐렴, 심혈관 질환 같은 중증 합병증 위험도 함께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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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자는 전반적으로 면역반응이 추가로 요구되는 상황으로, 대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떤 백신이든 젊은층보다 효과가 떨어진다"며 "고용량 독감 백신의 경우 감염 후 입원이나 사망까지 이어지는 합병증 발생은 확실히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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