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세계에 '10%+α' 상호관세
경기 침체·무역 전쟁 우려에 투매 확산
S&P, 2022년 9월來 낙폭 최대 전망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다음 날인 3일(현지시간) 장 초반 4% 안팎 폭락세다. 월가 예상을 넘어선 높은 관세율에 투매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방아쇠를 당기며 미 경기가 침체에 빠지고, 글로벌 무역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졌다.
이날 뉴욕 주식 시장에서 오전 10시29분 현재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80.78포인트(3.51%) 하락한 4만744.54를 기록 중이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220.26포인트(3.88%) 급락한 5450.71에 거래돼, 이날 2022년 9월 이후 일간 최대 낙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849.83포인트(4.83%) 폭락한 1만6751.22에 거래되고 있다.
종목별로는 소비재로 분류되는 나이키가 13% 가까이 급락세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아이폰을 생산하는 애플은 7.8% 폭락 중이다. 할인 소매업체로 주로 수입품을 판매하는 파이브 빌로우는 27.5%, 달러트리는 9.7% 빠지고 있고, 의류업체 갭은 21% 폭락세다. 위험 회피 선호 현상으로 기술주도 폭락하면서 엔비디아와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각각 5.1%, 5.5% 내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전 세계 모든 교역국을 상대로 최소 10% 이상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한 뒤, 각국의 관세·비관세 장벽을 두루 살펴 무역장벽이 높다고 판단되는 이른바 '최악 국가(worst offender)'에는 '10%+α'의 관세를 부과한다.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중 가장 높은 25%의 관세율을 받아들었다. 집권 1기 시작된 무역 전쟁 상대방인 중국에는 34%,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관세와 관련해 불만을 거듭 표현해 온 유럽연합(EU)에는 20%의 관세가 적용된다. 10% 기본관세는 오는 5일, '+α'의 개별 관세는 오는 9일 각각 발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폭격 하루 뒤인 이날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수술이 끝났다"며 "환자는 살아남았고 치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후는 이전 그 어느 때보다 환자가 훨씬 더 강해지고, 커지고, 나아지고, 회복력 있으리라는 것"이라며 자신의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고 썼다. 미국을 '환자', 상호관세를 '수술'에 비유해 관세 정책이 병든 미국 경제 회복과 재건을 이끌 것이란 취지로 해석된다.
미국은 상호관세 발표 뒤 개별 국가와 협상에 나설 전망이지만, 일단 월가는 전날 발표된 상호관세율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고 보고 있다. 시장은 상호관세 상한선을 10~20%로 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저 10%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생츄어리 웰스의 메리 앤 바텔스 선임 투자 전략가는 "관세와 관련한 최악의 시나리오였고, 이는 시장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위험 회피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P500지수가 5~10% 하락해 5200~5400선에서 바닥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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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무역 전쟁과 경기 침체 우려로 안전자산인 채권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채 금리는 급락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전거래일 보다 16bp(1bp=0.01%포인트) 하락한 4.03%,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18bp 급락한 3.71%를 기록 중이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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