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예산 전년 대비 8.4% 늘린 12.8兆
해외 공관 수도 2019년부터 중국이 앞서
중국의 올해 외교예산 증액폭이 국방비보다 크다면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와 대비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6일 보도했다.
중국 재정부는 전날 열린 양회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 격) 개막식 보고에서 올해 외교 예산을 지난해보다 8.4% 늘린 645억600위안(약 12조8000억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6.6%에서 증액 폭을 늘린 것으로, 3년 연속 7.2% 늘린 국방비보다 증가율이 높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전인대 개막식 정부 업무보고에서 "독립·자주적인 평화 외교정책을 견지하고 평화 발전의 길을 계속 걸을 것"이라면서 "국제적 공정성과 정의를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중국은 국제 사회의 다른 회원국들과 협력해 평등하고 질 수 있는 다극적 세계와 포용적인 경제적 세계화를 촉진하고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의 개혁과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협력'은 작년 '강화'에서 올해 '중점 프로젝트 추진'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한층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중국은 또 올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 열병식 등 다양한 외교 행사를 주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외교 중시 기조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대해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하고 각종 국제기구에서 발을 빼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해외 원조 동결, 파리기후변화 협약·세계보건기구(WHO)·유엔 인권위원회 탈퇴 등 행정조치를 내놨다.
중국의 외교 예산 증액과 관련해 왕웨이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SCMP에 "중국이 자국 경제에 집중하면서 국제적 측면에서 더 많은 공공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호주 민간 싱크탱크 로위연구소가 발표한 '글로벌 외교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공관 수는 2023년 기준 274개로 가장 많다. 미국의 외교 공관 수는 271개로 전 세계 2위다. 2019년 중국에 역전당한 뒤 5년간 이 추세를 뒤집지 못했다. 최근 미국은 정부 인력 효율화 차원에서 외교 인력도 줄이고 있어 미·중 간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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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외교부장(장관)을 겸임하는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7일 오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내놓을 미국 등을 향한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대중 압박과 관련해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 주임은 지난달 중순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해 "미국이 중국을 억압하면 우리는 끝까지 맞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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