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광주 양동시장 가보니
“도매가가 올랐지라”…상인들 한숨만 깊어져
배추 65%, 귤 33%↑…신선식품 지수 급등
전문가 “수급 불안이 물가 자극…대책 시급”
"사고 싶어도 못 사는디. 뭐 하나 싼 게 있어야제."
6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 1940년에 문을 연 이곳은 호남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이다. 평소라면 활기가 넘쳐야 할 시간이지만, 요즘은 한산하다. 지나는 손님들은 가격표만 힐끗거리고, 상인들은 발길이 뜸한 가게 앞에서 먼지를 털어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물가 상승에 상인들과 시민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시장 초입의 한 채소 가게에서 주부 박모(58) 씨가 배추를 들었다가 망설이며 내려놓았다. 박 씨는 주인에게 가격을 묻고는 고개를 저었다. "작년엔 한 통에 3,000원 수준이었는디, 지금은 6,000원이 넘어부렀다니께."
바로 옆 과일가게에서는 한 어르신이 까만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파인애플 하나가 덩그러니 들어 있었다. 그는 "사과 가격을 듣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했는디, 그냥 이게 싸서 산 거라니께"라며 씁쓸히 웃었다.
난처한 것은 시장 상인들도 마찬가지였다. 45년 동안 장사를 해온 상인 A씨(70대·여)는 "손님들이 가격만 물어보고 그냥 가부러. 우리도 비싸게 팔고 싶어서 파는 게 아닌디, 도매가가 오르니 어쩔 수 없지라"며 안타까워했다.
인근에서 인터뷰를 듣던 또 다른 상인은 "요즘 같을 때는 남는 게 없다. 물건값은 오르는데 손님은 줄고, 이래저래 힘들다. 진짜 문 닫아야 할 판이여"라며 한숨을 삼켰다.
시민들과 상인들의 하소연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호남지방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25년 2월 광주·전남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광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6.45(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1%, 전월 대비 0.4%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전월 대비 0.7%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 빈도가 높은 품목들로 구성돼 있어 체감 물가와 가깝다.
특히 신선식품 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6.5%, 전월 대비 6.5% 상승하며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신선 채소는 전년 동월 대비 6.0%, 전월 대비 5.9% 올랐고, 신선과실은 전년 동월 대비 0.6% 하락했으나 전월 대비 10.2% 뛰었다.
품목별로는 배추가 전년 동월 대비 65% 올라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귤은 33.4% 올랐다. 반면, 토마토는 22.3%, 사과는 6.9% 하락했다.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1.4%, 전월 대비 2.9% 상승했다.
지출 목적별로는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가 전년 동월 대비 1.6%, 주택·수도·전기·연료는 1.9% 상승했다. 오락·문화 부문은 유일하게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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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인상, 농산물 수급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물가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물가 안정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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