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뉴스에 사과 못한다던 젤렌스키
美군사지원 중단 공표 이후 입장 밝혀
러시아와 부분 휴전 제안 동의 의사 밝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담에 대해 "유감스럽다"면서도 평화 협상 의지가 있음을 재확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 중 아무도 끝나지 않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러시아와의 부분적 휴전 제안, 포로 교환 및 민간·에너지 기반 시설 장거리 공격 금지 등에 동의할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 방침을 공표한 이후 우크라이나 측에서 내놓은 첫 공식 입장이다.

부분적 휴전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것은 프랑스로, 공중·해상 및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한 달간 중단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상 전투보다 감시가 쉬워 휴전 이행 여부를 더 효과적으로 감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크라이나 주권과 독립을 유지할 수 있도록 미국이 도움을 준 것을 마음 깊이 소중히 여기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제공하면서 상황이 반전된 순간을 기억하며 이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외신이 주목한 부분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과 관련해 "백악관에서의 만남은 예정된 수순으로 흐르지 않았다"며 "그런 식으로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대목이다. 그는 그러면서 "이제는 이를 바로잡을 때"라고 덧붙였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격렬한 논쟁이 오간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은 우크라이나의 명운을 가를 중대한 과제다. AP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굴욕적인 모습에 대해 "남은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어쩌면 평생 그를 따라다닐 것"이라면서 "백악관과의 관계 회복 여부가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안을 두고 언쟁을 벌이다가 "당신에겐 패가 없다"는 모욕적 언사를 들은 후 쫓겨나듯 백악관을 떠났다. 정상회담에서 마무리할 예정이었던 광물협정 체결도 불발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중단 방침을 공표했다.
지금 뜨는 뉴스
한편, JD 밴스 부통령은 전일 국회의사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 회동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과하는 것보다 우크라이나가 평화 협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젤렌스키가 트럼프에게 사과할지 여부 같은 공개적 논쟁보다 우크라이나가 실질적으로 어떤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