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방패, 심장부를 가다③]
TSMC, 대미 투자 확대 행보
트럼프 관세 압박에 즉각 화답
인텔 인수할까…현지선 '신중론'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파운드리 부문 인수를 두고 대만 TSMC의 미묘한 입장 변화가 이목을 끌고 있다. 인텔 인수 가능성이 있느냐는 공개 질의에 분명한 어조로 부인했던 것과 달리, 최근 진의를 감춘 발언으로 여지를 남기면서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인텔의 파운드리 팹 인수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전략은 종합반도체기업(IDM) 경쟁사의 지위에 기반하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매우 좋은 고객이고, 그들은 TSMC의 비즈니스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라며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곤란하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이는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언급한 것과 크게 달랐다. 웨이 회장은 당시 유사한 질문에 "답은 ‘아니요’다.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반복해서 부인할 정도로 단호한 표현이었다. 3개월만에 가능성을 다소 열어둔 입장으로 선회한 셈이다.
웨이 회장의 최근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직후부터 현실화한 미국의 강경한 관세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자유시보 등 대만 현지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 당국이 최근 TSMC 측에 ‘미국 내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 미국 정부 및 여러 파트너와 함께 인텔 파운드리에 출자, 인텔의 TSMC 미국 고객사 관련 패키징 주문 직접 인수’ 등과 관련된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모든 산업을 앞마당으로 끌어오려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글로벌 반도체 대부분이 대만에서 생산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지분 투자, 합자회사(JV) 설립, 팹 인수 등 여러 방식 중 하나를 통해 TSMC가 인텔의 경영난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3일(미 현지시간) 웨이 회장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회견장에 등장해 미국에 1000억달러(약 145조9000억원)의 투자를 결정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호응하면서 이 같은 전망에도 힘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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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지 전문가들은 TSMC의 인텔 인수 여부에 대한 전망을 피하며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류멍쥔 대만 중화경제연구원 제1경제연구소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가능성에 대해 "TSMC에 필요했다면 이미 오래전에 인수했을 것"이라면서 "(적어도) TSMC 계획에는 없었던 일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TSMC는 가장 낮은 위험과 비용으로 목표를 달성할 가장 좋은 방법을 확실히 찾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타이베이(대만)=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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