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해제 결의안 통과…155분짜리 계엄
환율 급등…수출·내수 불안한데 정치까지
野 '탄핵' 목소리 키울 듯…정치권 혼란↑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전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하지만 국회는 이튿날 새벽 1시께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헌법과 계엄법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왜 무리하게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의문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여론 악화, 경제 불안 확대 등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10시23분쯤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실에서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같은 날 오후 11시쯤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통해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발표했다.
비상계엄은 1979년 10월26일 이후 약 44년 만이다.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때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윤 대통령 역시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잇따른 관료 탄핵 시도와 예산 감액 등으로 국정이 마비됐다고 판단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긴급 담화에서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다"며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민주당 등 야당을 향해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무리한 비상계엄 선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민주당의 탄핵 시도와 예산안 처리 등으로 여야 갈등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44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할 정도냐는 지적이다. 실제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은 물론, 상당수 용산 참모, 여당 대표조차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혼란은 확대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외환 시장 참가자들이 안전자산 선호로 급격히 돌아서면서 1440원 이상으로 폭등했다. 금융, 증권 시장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내수 부진, 수출 우려가 커지는 상황 속에서 정치 리스크까지 겹치며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다.
국회와의 갈등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실질적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은 불법·위헌"이라며 "여러분을 지휘하는 것은 불법 계엄을 선포한 위헌 무효인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군경을 향해 "반헌법적 계엄에 동조하고 부역해선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전혀 몰랐다"며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향후 민주당 등 야당은 비상계엄을 계기로 윤 대통령 탄핵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 대통령은 이 자체(비상계엄 선포)만으로도 탄핵돼야 한다"며 "전국 모든 국민과 의원들이 불법 행동을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과정에서 절차를 준수했는지도 의문이다. 헌법 89조와 계엄법 2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자 할 때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아직 국무회의가 열렸는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계엄법 3조를 보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는 '그 이유, 종류, 시행 일시, 시행 지역 및 계엄 사령관을 공고'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시행 일시와 지역이 특정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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