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머스캣 수출 중국 비중 22%→3%로
중국 자체 생산 늘어 경쟁력 하락
한때 중국 고소득층 사이에서 '귀족 과일'로 불리며 높은 인기를 누렸던 한국산 샤인머스캣 포도가 중국산에 밀려 판매량이 빠르게 줄고 있다.
22일 연합뉴스는 중국 내에서 한국산 샤인머스캣 판매량이 줄어든 이유로 중국 자체 생산이 늘고 품질까지 높아져 한국산 포도가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한 포도는 138만달러(약 18억4000만원)어치다. 이는 전년(273만달러)보다 49% 감소한 액수다. 특히 한국 샤인머스캣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2%였던 것이 지난해 3%로 폭삭 주저앉았다.
한국의 대중 포도 수출액은 2017년까지만 해도 10만달러에 못 미쳤다. 그러던 것이 2018년 162만달러로 1년 새 16배 이상으로 폭증한 데 이어 2021년에는 834만달러(약 111억원)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21년과 비교하면 불과 2년 만에 포도 수출액은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한국이 수출한 전체 포도 가운데 샤인머스캣은 9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동안 중국에서 한국산 샤인머스캣이 인기를 끈 이유는 높은 품질 때문이었다. 한국산 샤인머스캣은 중국산보다 가격이 몇 배 높았지만 그만큼 품질 또한 우수해 부유층들이 주로 찾았다. 하지만 이제 중국에서도 프리미엄 등급과 1등급 품질의 샤인머스캣을 재배하는 농가가 점점 늘어 한국산은 입지를 잃고 있다. 황의창 한국포도수출연합 대표는 연합뉴스에 "현재 중국 내 프리미엄 시장에서 한국산은 점유율이 8%로 낮아졌고 대부분은 중국산"이라면서 "중국산도 산둥성에서 생산하는 물량 중에는 우리나라 것보다 품질이 좋은 것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 언론이 보도한 중국 내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은 지난해 기준 120만묘(약 800㎢)다. 이는 2013년 대비 10년 만에 60배나 는 것으로, 한국의 10배가 넘는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샤인머스캣은 1근(500g)당 가격이 300위안(약 5만7000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였다. 하지만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최근에는 가격이 과거 최고가의 30분의 1 수준인 10위안(약 1900원)까지 추락했다. 또 생산량 증가와 함께 중국의 소비 위축도 한국산 샤인머스캣의 수요가 줄어든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의 전체 포도 수출 금액은 2021년 386만달러에서 2022년 343만달러로 줄었다가 지난해 461만달러로 다시 늘어났다. 중국을 대신해 한국산 샤인머스캣의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나라는 대만이다. 대만으로 수출한 한국산 포도는 지난해 1068만달러(약 143억원)어치였다. 이는 2021년 51만달러와 비교할 때 2년 만에 20배로 폭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한국산 포도 수출액에서 대만이 차지하는 비중도 1.4%에서 24%로 높아졌다.
일본이 원산지인 샤인머스캣은 201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에서도 대표적인 포도 품종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샤인머스캣 재배 열풍으로 인한 과잉 생산 및 가격 폭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서 판매하는 한국산 샤인머스캣의 가격은 일본산과 중국산의 중간 정도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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