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청자, 영어 자막에 대한 저항 줄었다"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에미상에서 18관왕에 오른 일본 배경 역사 드라마 '쇼군'이 미국에서 흥행한 배경에는 '오징어 게임' 등 한국 드라마가 약진한 영향이 있었다는 일본 언론 분석이 나왔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대사의 70%가 일본어인 드라마가 미국에서 흥행한 것은 한국 드라마 약진이 토양을 만든 것이 크다"며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을 예로 들었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외국 영화와 드라마를 영어 더빙으로 보는 것을 선호하지만, 한국 드라마가 크게 성공하면서 영어 자막으로 보는 것에 대한 저항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제임스 클라벨의 동명 역사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제작된 '쇼군'은 17세기 일본의 정치적 암투를 소재로 한 드라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드라마 시리즈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18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
이 드라마의 제작자와 감독 등 주요 스태프 다수는 미국인이었지만, 출연진은 주연부터 조연, 단역까지 대부분 일본인이었다.
닛케이는 "쇼군에 대한 주목은 미국 사회 다양화의 흐름도 비추고 있다"며 1980년에도 동일한 원작을 바탕으로 삼은 드라마가 만들어졌지만, 당시에는 일본인이 아닌 영국인 항해사의 시각이 중심이 됐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 역시 영화 저널리스트 사루와타리 유키의 견해를 인용해 쇼군의 성공에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흐름이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오징어 게임'과 일본 영화 '고질라 마이너스 원' 등 미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이 최근 미국에서 호응을 얻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요미우리는 "백인은 백인 작품만 보고 싶어 하고 미국인은 자막을 싫어한다는 가치관이 대세를 이뤄왔지만, 이들 작품이 관심을 끌면서 백인 이외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는 작품에 대한 저항감이 사라지고 미국인이 자막이 있는 작품에도 익숙해졌다"고 덧붙였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쇼군 주연배우이자 제작자인 사나다 히로유키는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쇼군의 성공과 관련해 "(일본) 시대극이 계승돼 일본에서 세계에 통용되는 것을 만들어 가는 포석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사 70%를 일본어로 하고 자막을 사용한 점은 상당한 도박이었다"면서 "글로벌 시장과 일본 사극 팬이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하려 한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고 회고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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